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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런 기분 미술엔 젬병이었던 전모씨. 국민학교 3학년 때, 철사뼈대에 털실을 감아 동물을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간신히 만들어 놓은 뼈대를 우리반 말썽쟁이 녀석이 호들갑 떨다 밟아 버렸었다. 망연자실해 있는 나를 위로하며 순식간에 기린 한 마리를 뚝딱 만들어 주던 그 애. '첫사랑' 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여야 할라나..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문득 궁금해지던 그 아이. 이름이 흔해서 도대체 몇 명을 검색 했는지...;; 아무튼 있더라, 그 애도. 어릴 적 모습 그대로... 그리고 여자친구인 듯한 단골손님의 '사랑해' 라는 다정한 글들도 빼곡하게. 뭐지, 이런 기분... -_- 2021. 11. 1.
Endless 게으름 종합 비타민 한 통을 사오다. 음. 좋아. 제대로 좀 먹어 보는 거야, 이번엔. 그런데...그거 챙겨먹는 데 이다지도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될 줄이야. 비타민 잘 챙겨 먹기 위해 먹는 비타민이 필요해. -_-;; 2021. 11. 1.
흰둥아 새해 복 많이 받아 얼마 전부터, 아파트 내 공원을 배회하는 개 한 마리가 눈에 띈다. 큰 몸집에 흰 털, 그리고 온순해 보이는. 딱하게도 버려진 듯 하다. 어느 구석에 웅크려 밤추위를 견딜 지.. 아무쪼록 흰둥이 너에게도 해피 뉴 이어다. 희망찬 새해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와주길 바란다. 춥고, 배 고프고, 불안할 그 녀석에게도. 2021. 11. 1.
Prague-3 유럽 고도(古都)들의 구획패턴은 얼추 비슷해서, 대개는 1. 역사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는 구시가지 2. 쇼핑가가 발달해 있는 신시가지- 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프라하도 마찬가지다. 내겐 늘 약간은 재미 없는 신시가 구경이지만,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의 활기찬 분위기는 그런대로 즐길 만한 것이었다. 전날 밤 마신 맥주가 아직까지 컨디션을 위협하고 있었다. 500년 됐다는 그 맥주집. 워낙 명소로 꼽히는 곳이라, 시음 해본다고 마셨는데 역시.. 아무리 유명한들 나에게 안 맞는 건 안 하는 센스도 필요. ㅠ_ㅠ 카페에 들어가 해장커피를 마시고 화장실도 두어 번쯤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울렁증이 가라앉았다. 3일을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 어느덧 돌아갈 즈음. 일상이 싫어 떠나왔던 사람도 어느 정도 후엔 기운을 찾.. 2021. 11. 1.
Prague-2 민박집의 아침식사는 맛있고도 푸짐했다. '한국인은 그저 밥심으로 산다' 열변을 토하시던 주인 아저씨. 그 날 민박집엔 나 말고도 두 가족이 함께 묵고 있었다. 우리언니 또래의 그녀들- 처음 보기엔 그저 의젓한 엄마들이었는데 얼마 차이 안 나는 내 학번을 알자마자 단박에 수다스런 언니들로 변모, 나의 '아가씨 시절' 을 침이 마르도록 부러워하는 거였다. '남자친구는 있니,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니' 라는 식상한 질문 대신 싱글의 좋은 점을 긍정적으로 보아주어서 고마웠다. 하지만, "전 언니들이 부러운 걸요." 라고 맞예의치레로 말해주기엔 아들내미들이 너무 부산스럽고 ^-^;; 애들 돌보는 모습이 너무 고생스러워서 그 말은 끝끝내 진심으로 나와주질 않았다. 이그, 요놈의 요령 없는 입. 아직은 쌀쌀한 프.. 2021. 11. 1.
Prague-1 독일에 온 지 3년이 될 때 까지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이제 내게 유럽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신선감의 부재가 그 이유가 아니었을지. 그러나 그 부활절 연휴의 프라하행은, 새삼스레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떠난다는 건 언제라도 다시금 설레는 일이라고. 라이프치히에서 프라하까지는 기차로 불과 두 시간 남짓이다. 거 참...좋구나 좋아. 오고 가는 시간 길지 않아 좋고, 오로지 유스호스텔 뿐이던 10년 전과는 달리 양질의 민박들이 객들을 환영하니 말이다. 10년이면 역시 강산이 변하는구나. 그렇게 어쩐지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프라하에 도착한 저녁, 픽업을 약속했던 민박집 아저씨는 혼자 찾아 오라는 엉뚱한 말을 하시고 -_- 나는 그 배신(?)에 분개하는 와중에서도 트램 창밖으로 보이는..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