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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파초 (Gazpacho) 언젠가 엄마가 오징어국을 대량 끓였었는지 사흘 연속 식탁에 올라온 날, 아빠의 간 큰 ^^ 코멘트가 있었다. '내일은 뭔가 새로운 맛있는 걸 먹자' 라는 (헉...ㅎㅎ). 싫으면 먹지 말라는 불벼락과 한판의 퐈이트를 예상했는데 이여사의 반응은 의외로 쿨하시었다. '마누라가 해주는 별미가 먹고 싶을땐 먼저 마누라를 별미집에 모셔가는게 최고 빠른 방법' 이라고. 요리란게 원래 아이디어 싸움이니 새로운 영감을 자주자주 받아야 따라하면서 더 늘고 그러는거라고. 오우...그렇지 그렇지! ㅎㅎ 아빠 갑자기 숙연해지시고.. ㅋㅋ그때 엄마가 했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지금 내가 외국에서 그나마 뭐라도 해먹고 살 수 있는건 다 휴가 가서 먹어본 음식들 덕이기 때문이다. 요리책이나 동영상을 백날 봐도, 어디 가서 맛있게 .. 2021. 11. 2.
추억의 크림빵 어느덧 라마단도 절반을 넘어섰다. 얼씨구나 좋구나 한달간 부엌엔 얼씬도 않으리라 맹세했건만, 샐러드로 때우는 저녁이 그새 싫증난건지, 아님 또 어느새 달다구리에 홀리는 마의 기간이 돌아온건지, 요며칠 계속 '언젠간 먹고 말거야' 태세였다. 그 대상은 크림빵. 그것도 노인네처럼 추억의 크림빵. 어릴적 우리동네 '몽블랑 제과' 에서 팔던 흰크림빵/땅콩크림빵 세트가 왜 갑자기 생각난건지. 오밤중에 부랴부랴 버터크림 만들기 검색. 머랭 올리고 시럽 끓이고 시럽을 넣어주니 윤기 도는 머랭이 되었다. 밖에는 우르릉쾅쾅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진다. 번개 맞고 깨어난 프랑켄슈타인처럼 이 밤에 벌떡 일어나 전속력으로 핸드믹서를 돌리고 있는 괴이한 내 모습 대체 무엇.. -_-;; 버터를 한조각씩 넣으면서 계속 저어.. 2021. 11. 2.
이 때다 싶은 다이어트 라마단이 돌아왔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심란해하던 ㅎ 사메는 서늘한 날씨덕에 비교적 덜 힘든 첫주를 보내고 있다. 원래 주말엔 늦어도 9시에는 일어나는데 오늘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잔다. 그치.. 일찍 일어나봤자 그 좋아하는 맛있는 것도 못 먹고; ㅋ 배고프고 목마른 긴 하루일테니 잠이나 더 자는게 상책이겠다 싶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살 빼기 좋은 이 절호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텐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다이어트식을.퀴노아 샐러드병아리콩+고구마 쉐이크구워서 얼려놨던 닭가슴살 두어 조각과 함께.대체로 한가함에서 완전 한가함으로 격상된 나의 주말은, 배를 채운 후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으로 이어진다. 밥 한끼 해먹던거 생략할 뿐인데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나. 간단하게라도 집밥을.. 2021. 11. 2.
김수현 드라마 예전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 떠오르곤 했다. 수준 높은 팬에게만 보이도록 되어있는 이 드라마의 매력이 혹 나한테는 안 보이는 건 아닐까 하고. 이젠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녀에겐 그녀만의 스타일이 있고, 내게는 내 나름의 취향이 있고. 다만 그 둘의 코드가 맞지 않을 뿐. 어쨌든, 김수현 작가가 구축한 네임밸류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한다. 최근 시작한 '내 남자의 여자' 를 봤는데, 그 아침 드라마스러운 분위기라니. -.- '김수현' 이라는 이름이 없었더라면 일찌감치 채널다툼에서 아웃이지 않았을지. (이제부터 저력을 보여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최대치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드라마를 통치하는 작가. 단지 문제라면.. 지금은 세상이 변했음이라. 왕은 군림하되.. 2021. 11. 1.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 아침부터 계속 눈 온다. 녹아서 질퍽거리고, 그 위에 또 내려 뒤덮이고. 피었던 꽃들도 예외일 순 없지. 다 덮여버렸다. 오...불쌍한...나리나리 개나리 외 기타 봄꽃들. 그럼 그렇지, 갑자기 미칠 듯 따뜻해질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이런 변덕이 있을 것임을.. -.- 뭘까뭘까! 이건 혹시 나의 겨울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불길한 징조?? (심약한 자의 전형적 증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 ㅠ_ㅠ) 어쨌거나 화팅구래. 2021. 11. 1.
웬 아이를 보았네 보아하니 엄마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대낮의 아파트촌은 의외로 인적이 드물어서, 울고 있는 꼬마를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은 듯. "엄마가 없어졌니?" 토끼인형에다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다행이야. 외국인 이모의 말을 알아 듣는구나. 문제는, 꼬마의 발음이 내겐 너무 어려웠다는 건데 몇 번을 되풀이해 들어본 결과, 엄마 손을 놓은 곳은 요 앞 우체국인 것 같았다. 그냥 여기서 기다려 볼까, 우체국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꼬마를 데리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였다. 허둥지둥, 낯빛이 흙색이 되어 우체국 쪽에서 달려오는 한 여인. "아유 정말 고마워요! 잠깐 사이에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이는 엄마를 보자 더욱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