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58 [Heidelberg] 해후-1 가고 싶어지면 훌쩍 기차를 타겠노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즉흥적으로 가게 될 줄은 나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 미국비자 인터뷰 때문에 베를린에 갔다가 집으로 오는 대신 나는 하이델베르크행 기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마치 수업 끝나고 오락실로 직행하는 초등학생처럼. 그러나...자꾸 뭔가 빠진 듯한 이 기분은 뭘까. 숙소 예약을 안 했기 때문이란 걸 꽤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9월 쯤만 되어도 아무래도 상관 없을 테지만 아직은 성수기인 지금 예약도 없이 갑자기 간다는 게 허전한 기분의 이유였던 거다. 쩝. 경솔했나? 좀 기다렸다가 단풍 짙을 때 가면 사색하긴 더 좋을 텐데. 아니, 딱 일주일만 더 기다렸어도 일 년에 세 번 밖에 없는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데. 그러나 기차표 특가세일의 .. 2021. 11. 2. 수박만 먹고 살 순 없잖아 제법 더운 요즘이다. 우리집 전실 바닥이 벽돌로 되어있는데, 겨울엔 맨발로 딛기 두렵게 써늘하지만 이맘땐 딱 좋게 시원한 쿨매트 역할을 한다. 지난 주말 사메가 월드컵을 보러 (또) 러시아에 간 동안 나는 벽돌바닥에서 뒹굴며 판타지 로맨스 소설 한 세트를 읽어치우는 피서를 했다. 수박으로 끼니 때우니 편하고 좋더구만 주말마다 그럴 순 없고...이럴땐 미고렝 (인도네시아식 볶음국수)이 만만해서 좋다. 찬장구석에 라면처럼 상비되어 있는 미고렝 면. 새우 한 팩 녹이고 채소는 양배추와 청경채 두 가지면 충분. 새우에 넣을 마늘 조금이랑. 소스는 단간장 (sweet soy sauce)과 삼발 욀렉 (sambal oelek). 단간장은 없으면 굴소스로 대체해도 어느 정도 비슷할 것 같고, 삼발 욀렉은 고추, 마늘.. 2021. 11. 2. 치느님은 계절을 타지 않으셔 오늘은 냉동실 깊숙한 곳에서 발굴한 닭고기 순살을 튀겼다. 사메는 이런 날씨엔 튀김보다 그릴을 해야 한다며 이틀 연속 굽고 또 굽고 ㅋㅋ 난 그래도 닭튀김이 먹고 싶기에 꿋꿋이 따로 해먹기로 했다. 오늘 바젤 날씨 치고는 더운 31°C 라지만 치느님은 더위 따위 타지 않으시거든! 바삭함은 역시 콘플레이크 튀김옷이 킹왕짱. 얼마나 갈까 싶었던 먹는 얘기가 이 블로그에서 제일 꾸준히 업뎃되고 있는 내용이라는게 놀랍다. 집-회사 일상 속에서 별 사는 얘긴 없어도 먹는 얘긴 늘 있는걸로 보아 인간에게 먹고 산다는게 얼마나 큰 일인지 새삼 알겠다. ^^ 치킨이랑 먹을 탄수화물로는 감자뇨끼. 이미 만들어져 있는 뇨끼를 사다가 익히기만 하면 된다. 동동 떠오를때까지 2분 정도 삶아서 노릇하게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2021. 11. 2. 일단 밥은 먹고 합시다 오늘 기분이 언짢다는건 아침부터 진작에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날엔 소모즈라도 된 듯 온 소리란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걸로 시작하는 것이다. 키보드 소리가 유난히 거슬리고, 내 사무실 바로 옆 회의실에 모인 임원들은 오늘따라 왜 그리 으헐헐 크학학 산적떼 -_-;; 마냥 웃어제끼는 것이며, 집집마다 월드컵 축구만 보는지 (하긴, 모든 경기 다 보는 사람 우리집에도 있지.. -ㅅ-) 탄식에, 고함에, 환호에...저녁마다 시끄러워서 원. 이런 날엔 모든 소리가 하나하나 증폭되어 신경을 긁어대는 것만 같다. 하...이런 날도 있는거지. 차라도 한 잔 하며 calm down 하는거야.. 이집트산 히비스커스가 큰 병으로 세 병이나 생겨서, 히비스커스 냉차팬인 사메가 요즘 열심히 우려 마시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 2021. 11. 2. 치킨 카프레제 오늘따라 바질향이 유난히 좋은 것 같길래 한봉지 사왔다.묵혀두고만 있던 말린 토마토도 많아서 페스토 두어 병 쯤은 거뜬히 나올 것 같다.치즈를 좀 갈았을 뿐인데 사메가 어디서 맛있는 냄새 난다며 환호성을 고래고래 -_-;; (라마단 동안 이런거에 굶주려서 ㅋ).단식도 끝났겠다 이제 제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과, 내일이면 월드컵 축구를 보러 로씨야에 간다는 ^^ 흥분으로 한껏 들떠 보인다.파스타 두어 번만 해먹으면 없어질 양이지만, 여름을 고스란히 담아둔 듯 부자 된 착각이 적어도 며칠은 갈 터이다.치즈 듬뿍 들어간 음식이 그동안 너무 먹고 싶었대서 소원대로 치즈폭탄을..방금 만든 페스토도 한 숟가락 얹어서.그간 다이어트 하기 좋았는데 다시금 시련기가 온 것인가...아...난 먹지 않겠어..5kg 빠.. 2021. 11. 2. 가즈파초 (Gazpacho) 언젠가 엄마가 오징어국을 대량 끓였었는지 사흘 연속 식탁에 올라온 날, 아빠의 간 큰 ^^ 코멘트가 있었다. '내일은 뭔가 새로운 맛있는 걸 먹자' 라는 (헉...ㅎㅎ). 싫으면 먹지 말라는 불벼락과 한판의 퐈이트를 예상했는데 이여사의 반응은 의외로 쿨하시었다. '마누라가 해주는 별미가 먹고 싶을땐 먼저 마누라를 별미집에 모셔가는게 최고 빠른 방법' 이라고. 요리란게 원래 아이디어 싸움이니 새로운 영감을 자주자주 받아야 따라하면서 더 늘고 그러는거라고. 오우...그렇지 그렇지! ㅎㅎ 아빠 갑자기 숙연해지시고.. ㅋㅋ그때 엄마가 했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지금 내가 외국에서 그나마 뭐라도 해먹고 살 수 있는건 다 휴가 가서 먹어본 음식들 덕이기 때문이다. 요리책이나 동영상을 백날 봐도, 어디 가서 맛있게 .. 2021. 11. 2. 이전 1 ··· 157 158 159 160 161 162 163 ··· 1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