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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샥슈카와 코샤리 너무 더우니 뭔가 매콤뜨끈한 걸 먹자는 사메의 말에 순간 오잉..? 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날씨가 이럴땐 화끈한 걸 먹으면 오히려 상쾌하고 시원해져!" 호오...요것 봐라...저 이집트인이 이열치열을 아네? ㅋ 외국인이 공감하긴 힘든 개념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선입관이었던걸까. 외국도 외국 나름인가보라며 오리엔트 동질감을 급 느낄라 하는 찰나, 남편이 덧붙여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샥슈카와 코샤리를 먹자!" 그럼 그렇지. 겨우(!) 샥슈카와 코샤리 정도로 이열치열을 논하다니.. 이것이 외쿡인의 한계로구만. ㅋ 샥슈카는 한때 블로그마다 광풍처럼 번지던 북아프리카식 토마토+계란 요리이고, 코샤리는 쌀밥+파스타+렌틸에다가 소스를 얹어 먹는 이집트 음식. 둘 다 고추가 들어가서 살짝 맵긴.. 2021. 11. 3.
감자와 그릴과 삼천포로 빠지는 상념 때는 grill의 계절. 주말만 되면 온 동네가 지글거리는 것 같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날엔 원래 샐러드 한가지만 후딱 만들면 끝이지만, 오늘은 싹 나기 일보직전의 감자가 넘쳐나는 관계로 뭔가 처치용 side dish를 해먹기로 했다. 먼저 로스트 포테이토. 제일 간단한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생감자를 그대로 썰어 기름(또는 버터)+ 소금 후추+ 허브에 버무려 구워내는 것이겠으나, 더 바삭하게 먹고 싶다면 역시 수고가 쪼매 더 필요하다. 감자를 미리 삶아서 굽되, 삶는 물에 베이킹 파우더도 좀 넣어주란다. Youtube 쉐프님 왈, 이렇게 하면 알칼리성이 감자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훨씬 바삭하게 구워진다고 한다. 해보니 진짜 이 방법이 제일 바삭한 것 같아서 매번 이렇게 해먹게 되었다. 이왕이면.. 2021. 11. 2.
부모들이 사는 법 홍삼은 전부 (당신들 몫까지) 내게로 왔다. 별별 곁식구까지 딸려서. "멀리서 공부하는데 진작 보약이라도 챙겨줄 걸, 미안하다." 라는 말도 함께. 에휴, 내 잠시 잊고 있었군. 부모라는 이들의 독특한 세계. 왜들 그렇게 사실까, 자식이 뭐길래. 2021. 11. 2.
그저 그 뿐 피천득씨의 별세소식을 듣고 왠지 울적했다. 그 참한 문장들도 주인 따라 멀리멀리 가버릴 것만 같아서 책꽂이에서 그의 수필집을 꺼내 한 번 쓰다듬어 보기까지 했다. 문득문득 폼페이 폐허 같아지는 가슴 한 켠. 외로움은 그렇게 나날이 깊어간다. 그리고 점점 더 막연해진다. 심심한, 연애하고 싶은- 차라리 그런 알기 쉬운 종류라면 좋을텐데. 심지어 결혼하고도 외롭다고들 하니 (믿고 싶지 않지만) 외로움이라는 이 어려운 감정의 출처는 대체 어디인 걸까. 문학계의 큰나무는 떠나고.. 스산한 바람 이는 밤. 외로울 때 보자고 산 별인데 이젠 그 별만 보면 외롭구나. 하나모토의 말대로 정말 '그저 그뿐' 일까. 오늘도 해답은 알지 못한 채 별이 지네, 별이 지네.. 2021. 11. 2.
30대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 손으로 이런 걸 사먹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냐고. +_+ 부모님 것도 같이 주문했는데, 사실 이건 일종의 눈속임이랄까. (부모님 거 사는 김에 내 것도 산거다- 뭐 그런. 실은 그 반대;;) 해외배송 시키긴 비싸고, 엄마한테 받아서 부쳐달라고 하자니 젊은 것이 자기만 먹겠다고 홍삼을 떠억 배달시키면 얼마나 대견하실꽁. 캬하하. ㅠ_ㅠ 그래서 엄마 아빠 것도 덤으로 산거다. (지송해서 불효녀는 우웁니다...) 아무리 요즘 체력이 달린다고는 하나, 평소의 나 같으면 한의학이나 생약제제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데 이런 걸 먹을 생각을 했다는 것 부터가 신기한 일이다. 하여간 내게 있어 30대란, 여러모로 재미있는 변화의 시기인 것 같다. 2021. 11. 2.
5월 해놓은 일이라는 게, 어쩌면 이렇게도 빈약하기 짝이 없을까...참 괴로워도 했었는데. 그 보잘 것 없는 일을 단 몇십 장의 슬라이드로 요약하기가 이토록 어렵다니. 신기한 일이다.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아 조급했던지, 어젯밤엔 살인범의 인질이 되는 꿈을 꾸었다. 홋, 그런데 개꿈 주제에 제법 탄탄한 스토리가 아니겠는가? 그저께 본 보다 낫다고, 꿈 속에서 저으기 감탄까지 했다. 뻐근한 어깨를 푼다고 아령을 들고 요상한 포즈를 취하다가, 드라마의 여운을 떠올리며 책을 흘끔거리다가, 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닭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면서... 그렇듯 평범하게 흘러가는 5월의 하루. 비 갠 하늘이 참으로 파랗다. 공기 속에선 수많은 에너지 요정들의 이동이 느껴지고 앞면의 초록, 뒷면의 은색이 번갈아가며 햇빛에.. 2021.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