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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ia] Vienna 일정을 짜다 보면, 소위 '안 땡기는' 곳이지만 기차노선상 부득이하게 들르게 되는 곳이 생긴다. 내겐 빈이 그랬다. 친구 때문에 독일에 좀 오래 머물렀던 데다, 스위스에서도 일정을 연장했었기 때문에 빈에 들어섰을 땐 이제 독일어권이 좀 지겨운 터였다. 게다가 엎친 데 덮쳤다고나 할까, 우연히 만난 한국 배낭족(남자) 하나가 따라 붙으며 코치 아닌 코치를 해대는데... 이거야 원 언성을 높이지 않는 한 당최 안 떨어져 나갈 듯한 강력 오지라퍼 (그래서 어찌 했냐. 결국 언성을 높였다 -_-;;). 그래서 나에게 빈은, 음악 향기로운 모짜르트의 도시 보다는 그저 교통 하나는 편리한 특징 없는 곳으로 남아버리고 말았다. 후에 영화 'Before Sunrise' 를 보며 얼마나 아쉬워 했던가. 줄리 델피가 재잘.. 2021. 11. 4.
[Switzerland] Zürich 독일이 편한 나라였다면, 스위스는 그 여행에서 가장 모범적이었던 곳으로 남아 있다. 정확함, 안전함, 깔끔함 면에서 두 나라의 수준은 같아 보였지만 독일엔 없었던, 여행자에 대한 세련된 매너가 이 곳엔 있는 듯 했달까. 좀 과장하자면 '선진국의 Aura' 란 바로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러나...Aura고 뭐고 간에.. 처음엔 아파서 정신이 없었다. ㅠ_ㅠ 기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아파오던 배가 취리히에 당도하자 걷잡을 수 없이 아팠다. 이놈의 마법통을 대비해 진통제도 물론 챙겨왔건만 배낭 속에서 약을 찾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통증은 급속해졌고 마침 눈 앞에 보이는 약국으로 냉큼 들어갔다. 부슬비가 내리는 아침. 약국은 한산했다. 영어 유창한 약사언니가 발포정 진통제를 주었는데 먹고 잠시 쉬는 동안 어느새.. 2021. 11. 4.
[Germany] Wuppertal, München 독일에서의 시간은 그 여행 중에서 가장 편하고 순탄했다. 그건 독일친구 안젤라의 신세를 졌던 덕이 가장 컸고, 기타- 정확한 기차시간, 쾌적한 숙소- 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독일은 유스호스텔의 창시국으로서, 가격대비 매우 모범적인 시설을 자랑한다.) 안젤라와, 다른 7명의 친구들과 함께한 별장에서의 3일은 인상적이었다. 배터지게 얻어먹고, 게임을 하고, 편히 잠들며 94년의 끝을 유쾌하고 북적대며 맞았던 것 같다. 그리고 8년 후, 나는 그 은혜를 라이프치히에서 대강은 갚게 된다. 그리고 다시 떠난다. 하이델베르크→ 뮌헨→ 퓌센으로 이어지는 여정. 뮌헨은 글쎄, '무난한' 대도시로 기억에 남아 있다. 무매력 무말썽의 곳이었달까. 그래도 BMW 전시장은 내 취향엔 상당히 재미있었고, 우반(U-bahn:.. 2021. 11. 4.
[Belgium] Brussel, Brugge 여긴 무엇이 유명한고 하니- 프랄린 (초콜릿의 한 가지), 수제 레이스, 홍합요리 등. 프랄린 프랄린 프랄린 프랄린 프랄린... +ㅠ+ 그렇다. 그다지 안 끌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들른 이유는, 순전히 고디바(Godiva) 프랄린의 추억 때문이다. 어릴 적 어느 날 아빠한테서 받았던 Godiva 한 통. 내 혀끝에서 가나 초콜릿을 한큐에 몰아내 버렸던. +_+ '헨젤과 그레텔' 속 마녀의 집 초콜릿은 분명 Godiva일 거라고 그땐 생각했다. 먼저 브뤼셀 (Brussel). 그랑 플라스 (시내 중심부 광장)의 명성은 자자하다. 광장이야 사실 유럽 어디에나 있는 거지만, 그랑 플라스에는 좀 특별함이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고딕 건축물들이 특히 밤에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오줌싸개를.. 2021. 11. 4.
[Netherlands] Zaanse scanse 그 애 이름이 뭐였더라, 한스였나. 둑에 생긴 구멍을 주먹으로 막아서 물에 잠길 뻔한 마을을 구해낸 슬기로운 아해의 이야기.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네덜란드의 국토 개간사업은 단순 개발 차원이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한다. 오죽하면 이름부터 '네덜란드' 일까 (nieder: 낮은, landen: 땅- 에서 비롯됨). 국토의 무려 40%가 바다보다 낮은, 혹은 해수면과 같은 높이. 물을 퍼내고 둑을 쌓는 것만이 해결책이었고, 그리고 그 원동력이 풍차였다 한다. 풍차를 실컷 보고자, 근교 풍차마을엘 들르기로 했다. Zaanse schanse 라고, 암스텔담에서 좀 떨어진 목가적인 곳. (첫번째 사진만 주인장 거. 나머지는 네이버 블록 .. 2021. 11. 4.
[Netherlands] Amsterdam 출발일이 성탄절이었다. 'Merry Christmas' 장식된 기내식 디저트를 먹다가, 아빠가 공항에서 하신 말씀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카드 주랴?" 풉. ^^ 한 무덤덤 하시는 우리 엄마 아빠지만, 나 혼자 생전 처음으로 한 달이 넘는 외국여행을 간다 하니 그때 만큼은 걱정이 좀 되셨던 갑다. 출발 직전까지도 별 말 없다가 마지막 순간에 던진 저 한마디. 나름대로는 굉장한 걱정의 표현이셨지 싶다. 사실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이 여행이 어떤 여행인가... 중학교 때부터 벼르고 별러 대학 2학년이 된 지금 드디어 실현되고 있는 순간. 틈날 때마다 가이드북을 읽어온 지도 어언 7년이다. 가보지도 않은 명소들을 이미 달달 외고 있는 상태였지만 비행기에서 내리면 한 순간에 하얗게 잊어버릴 듯한 기분.. 2021.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