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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21

Croatia: 좀 긴 후일담-2 자그레브에선 정말 볼 게 없었다. 엉엉. T^T 사실 뭐 나도 두브로브닉이 목적이었으므로, 할 수만 있다면 빨리 가고만 싶었다. 자그레브의 거의 유일한 볼거리인 대성당은 공사중이요, 활기차다던 청과시장은 파장이요; 어디에나 있는 광장의 기마동상, 남자들 휘파람에 귀는 따갑고... -_-;; 인상 영 아니올시다 였다. '조용하고 깔끔한, 프라하와 부다페스트에 견줄 만한 도시' 라더니, 내 보기엔 전혀 조용 & 깔끔하지도 않았으며, 더군다나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와의 비교는 상당히 송구해 보였다. 츱츱. 낙후된 동구권의 냄새- 그게 내가 받은 자그레브의 첫인상이었다. 드디어 밤 9시- 두브로브닉행 버스에 올랐을 땐 정말 기뻤다. 자리가 빠짐 없이 차고 버스는 출발했다. 12시간의 긴 여정... 중간중간 휴게소에.. 2021. 11. 1.
Croatia: 좀 긴 후일담-1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Zagreb) 까지는 뮌헨을 거쳐 총 두 시간 가량을 날아간다. 동구권행 비행기들이 주로 뮌헨공항에서 이착륙하기 때문인지, 공항에 들어서니 독일어 보다는 뜻 모를 다른 언어들이 더 많이 들렸다. 오버부킹 때문에 10분 정도 출발이 지연된 걸 빼곤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의 비행이었다. 자그레브에 도착, 먼저 버스 터미널로 가서 두브로브닉행 밤버스를 예약했다. 그리고 나서 시내를 돌아보러 나섰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동양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사람들이 어찌나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던지. 트램 정류장에 서 있으면, 쏟아지는 시선에 눈이 다 부실 지경. -.-;; 느낌이 이상해서 고개를 돌려 보면, 맞은 편 트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다가 일제히 시선.. 2021. 11. 1.
Prague-3 유럽 고도(古都)들의 구획패턴은 얼추 비슷해서, 대개는 1. 역사유물들이 보존되어 있는 구시가지 2. 쇼핑가가 발달해 있는 신시가지- 로 크게 나뉘는 것 같다. 프라하도 마찬가지다. 내겐 늘 약간은 재미 없는 신시가 구경이지만,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의 활기찬 분위기는 그런대로 즐길 만한 것이었다. 전날 밤 마신 맥주가 아직까지 컨디션을 위협하고 있었다. 500년 됐다는 그 맥주집. 워낙 명소로 꼽히는 곳이라, 시음 해본다고 마셨는데 역시.. 아무리 유명한들 나에게 안 맞는 건 안 하는 센스도 필요. ㅠ_ㅠ 카페에 들어가 해장커피를 마시고 화장실도 두어 번쯤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울렁증이 가라앉았다. 3일을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 어느덧 돌아갈 즈음. 일상이 싫어 떠나왔던 사람도 어느 정도 후엔 기운을 찾.. 2021. 11. 1.
Prague-2 민박집의 아침식사는 맛있고도 푸짐했다. '한국인은 그저 밥심으로 산다' 열변을 토하시던 주인 아저씨. 그 날 민박집엔 나 말고도 두 가족이 함께 묵고 있었다. 우리언니 또래의 그녀들- 처음 보기엔 그저 의젓한 엄마들이었는데 얼마 차이 안 나는 내 학번을 알자마자 단박에 수다스런 언니들로 변모, 나의 '아가씨 시절' 을 침이 마르도록 부러워하는 거였다. '남자친구는 있니,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지 않니' 라는 식상한 질문 대신 싱글의 좋은 점을 긍정적으로 보아주어서 고마웠다. 하지만, "전 언니들이 부러운 걸요." 라고 맞예의치레로 말해주기엔 아들내미들이 너무 부산스럽고 ^-^;; 애들 돌보는 모습이 너무 고생스러워서 그 말은 끝끝내 진심으로 나와주질 않았다. 이그, 요놈의 요령 없는 입. 아직은 쌀쌀한 프.. 2021. 11. 1.
Prague-1 독일에 온 지 3년이 될 때 까지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이제 내게 유럽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신선감의 부재가 그 이유가 아니었을지. 그러나 그 부활절 연휴의 프라하행은, 새삼스레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떠난다는 건 언제라도 다시금 설레는 일이라고. 라이프치히에서 프라하까지는 기차로 불과 두 시간 남짓이다. 거 참...좋구나 좋아. 오고 가는 시간 길지 않아 좋고, 오로지 유스호스텔 뿐이던 10년 전과는 달리 양질의 민박들이 객들을 환영하니 말이다. 10년이면 역시 강산이 변하는구나. 그렇게 어쩐지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프라하에 도착한 저녁, 픽업을 약속했던 민박집 아저씨는 혼자 찾아 오라는 엉뚱한 말을 하시고 -_- 나는 그 배신(?)에 분개하는 와중에서도 트램 창밖으로 보이는.. 202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