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5 그저 들어준다는 것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8. 꺾어지는 나이 덧없고 무기력하게 1월이 지나버렸다. 무슨 놈의 감기가 3주씩이나 질기게 괴롭혔고, 그 후 며칠간의 세미나, 또 며칠의 쇠약기를 거치고 나니 어느새 2월 하고도 나흘째다. 결근과 조퇴를 반복하다 이건 필시 단순감기가 아니라며 병원에 갔는데 단순감기가 맞대고 -_-;; 3주를 앓고 나니 체중이 몇 년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살을 이런 식으로 뺄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어찌됐든 입을 바지가 부쩍 많아진건 뭐 환영할 일이다. 소위 '꺾어지는' 나이에 한 번 씩 호되게 앓고 지나간다는 속설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내가 딱 그 나이다. 예전에 잠시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던 시절, '젊은' 이민인력으로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의 상한선. 난 아직 젊은데 꺾어진다는 기분 나쁜 표현은 뭐람- .. 2022. 1. 28. 미리 크리스마스 外 # 드디어 휴가가 코 앞이다. 손 내밀면 닿을 듯 지척에 있지마는, 불면 날아갈세라 마치 비누방울 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선호하는 휴가는 관광형 or 휴양형? 관광 7: 휴양 3을 원하곤 했는데 금년부로 바꾸겠다. 5:5, 아니, 휴양이 6이 되어도 좋겠다. 아이패드에 대량의 드라마와 영화를 쏟아넣다가 문득 운동복 생각이 나 챙기긴 했는데 과연 쓰게 될 지는 모르겠다. 목표체중까지 단 4kg가 남은 지금, 성공하고서 찬란한 봄 ㅎ 을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도루묵이 될 지, 이번 겨울이 분수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퇴근하는 순간까지 제발 아무 일도 생기지 마라 제발...아흑.. 이 조마조마한 설렘. # 한 사나흘 감기를 독하게 앓았다. 심란하기 짝이 없는 며칠을 보낸터라 긴장이 풀.. 2022. 1. 28. 열정이 사그라든다는건 며칠 전 우연히 본 수제 바이올린이 계속 생각난다. 한참 뜸하던 깽깽이병 -_-; 이 다시 도지기라도 한 걸까. 한 폴란드 제작자가 만든거라는데, 나무 고르고 말리는 것부터 100% 수작업 한 것 치곤 가격도 은혜로워 보였다. 뭣보다도 소리가.. 내가 바라오던 바로 그 소리가 났다. 따뜻하고, 힘차고, 깊은 소리. 예전 바이올린은 내가 어떤 소리를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를때 샀었는데 쨍하고 화려한 소리를 갖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의하면 나는 흔히 warm, singing, round 등으로 묘사되는 소리쪽을 더 원한다는 거였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바쁘다는 핑계로 점차 멀어졌더랬다. 초보에겐 차고 넘치게 좋은 악기였음에도. 며칠 전에 본 바이올린은 소리부터 색상까지 딱 바라던.. 2022. 1. 28. 농가의 11월 날이 밝으니 딴세상 같아졌다. 간밤에 본 귀곡산장과 정녕 동일장소가 맞는가. 가로등은 커녕 먹구름 때문에 달빛 한 점 없던 숨막히는 어둠.. 도착한 날 밤 첫모습은 그거였다. 아침이 되자 비로소 주위가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풀밭, 그리고 이 녀석들도. 주인아저씨가 아침식사를 날라다 주었다. 아침에 보니 아저씨도 완전 마음씨 좋아 보이시네.. 낫인지 칼인지 모를 연장을 슥슥 갈다가 '혼자 왔냐' 며 뚫어져라 보던 그 분이 맞나. ㅋㅋ 아니 내가 원래 연약한 캐릭터가 전혀 아닌데 간밤엔 왜 그리 쫄았었나 모르겠다. 잘 도착했냐고 물어보는 남편의 전화에 너무 무섭다고 날 밝자마자 집에 돌아가겠다 했을 정도. 독일출장중인 사메는 나의 뜻밖의 반응에 놀라 15분 간격으로 생사 -_-;; 를 확인하질 않나. .. 2022. 1. 28. 나를 두고 가지 마 가을마다 각설이처럼 돌아오는 이 허함을 뭐라고 표현하면 될까. 마치 내 인생이 나를 두고 흘러가는 기분? 분명 내 인생인데, 당사자인 내가 뒤처져 딴 짓에 정신 팔려있는 사이 내 삶은 저만치 혼자 달려나가고 있는 느낌. 그런 당황스러움과 조급증 같은 것이 가을만 되면 도지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런 즉흥 홀로여행의 좋은 구실이 된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기엔 일이 좀 많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사무실을 나섰다. 이번 주말엔 갈 수 없는 남편이 자기도 같이 가게 일주일만 미루면 안되냐 했는데 다음주엔 방이 없으니 이것 또한 이 홀로여행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목적지는 베아텐베르크(Beatenberg). 인터라켄 서역에서 버스로 30분 가량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유명 관광지인 인터라켄 동역과는.. 2022. 1. 27.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