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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725

미리 크리스마스 外 # 드디어 휴가가 코 앞이다. 손 내밀면 닿을 듯 지척에 있지마는, 불면 날아갈세라 마치 비누방울 보는 심정으로 조심조심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선호하는 휴가는 관광형 or 휴양형? 관광 7: 휴양 3을 원하곤 했는데 금년부로 바꾸겠다. 5:5, 아니, 휴양이 6이 되어도 좋겠다. 아이패드에 대량의 드라마와 영화를 쏟아넣다가 문득 운동복 생각이 나 챙기긴 했는데 과연 쓰게 될 지는 모르겠다. 목표체중까지 단 4kg가 남은 지금, 성공하고서 찬란한 봄 ㅎ 을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도루묵이 될 지, 이번 겨울이 분수령이 될 것은 자명하다. 퇴근하는 순간까지 제발 아무 일도 생기지 마라 제발...아흑.. 이 조마조마한 설렘. # 한 사나흘 감기를 독하게 앓았다. 심란하기 짝이 없는 며칠을 보낸터라 긴장이 풀.. 2022. 1. 28.
열정이 사그라든다는건 며칠 전 우연히 본 수제 바이올린이 계속 생각난다. 한참 뜸하던 깽깽이병 -_-; 이 다시 도지기라도 한 걸까. 한 폴란드 제작자가 만든거라는데, 나무 고르고 말리는 것부터 100% 수작업 한 것 치곤 가격도 은혜로워 보였다. 뭣보다도 소리가.. 내가 바라오던 바로 그 소리가 났다. 따뜻하고, 힘차고, 깊은 소리. 예전 바이올린은 내가 어떤 소리를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를때 샀었는데 쨍하고 화려한 소리를 갖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의하면 나는 흔히 warm, singing, round 등으로 묘사되는 소리쪽을 더 원한다는 거였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바쁘다는 핑계로 점차 멀어졌더랬다. 초보에겐 차고 넘치게 좋은 악기였음에도. 며칠 전에 본 바이올린은 소리부터 색상까지 딱 바라던.. 2022. 1. 28.
농가의 11월 날이 밝으니 딴세상 같아졌다. 간밤에 본 귀곡산장과 정녕 동일장소가 맞는가. 가로등은 커녕 먹구름 때문에 달빛 한 점 없던 숨막히는 어둠.. 도착한 날 밤 첫모습은 그거였다. 아침이 되자 비로소 주위가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풀밭, 그리고 이 녀석들도. 주인아저씨가 아침식사를 날라다 주었다. 아침에 보니 아저씨도 완전 마음씨 좋아 보이시네.. 낫인지 칼인지 모를 연장을 슥슥 갈다가 '혼자 왔냐' 며 뚫어져라 보던 그 분이 맞나. ㅋㅋ 아니 내가 원래 연약한 캐릭터가 전혀 아닌데 간밤엔 왜 그리 쫄았었나 모르겠다. 잘 도착했냐고 물어보는 남편의 전화에 너무 무섭다고 날 밝자마자 집에 돌아가겠다 했을 정도. 독일출장중인 사메는 나의 뜻밖의 반응에 놀라 15분 간격으로 생사 -_-;; 를 확인하질 않나. .. 2022. 1. 28.
나를 두고 가지 마 가을마다 각설이처럼 돌아오는 이 허함을 뭐라고 표현하면 될까. 마치 내 인생이 나를 두고 흘러가는 기분? 분명 내 인생인데, 당사자인 내가 뒤처져 딴 짓에 정신 팔려있는 사이 내 삶은 저만치 혼자 달려나가고 있는 느낌. 그런 당황스러움과 조급증 같은 것이 가을만 되면 도지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런 즉흥 홀로여행의 좋은 구실이 된다.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기엔 일이 좀 많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사무실을 나섰다. 이번 주말엔 갈 수 없는 남편이 자기도 같이 가게 일주일만 미루면 안되냐 했는데 다음주엔 방이 없으니 이것 또한 이 홀로여행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목적지는 베아텐베르크(Beatenberg). 인터라켄 서역에서 버스로 30분 가량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산골마을이다. 유명 관광지인 인터라켄 동역과는.. 2022. 1. 27.
오늘은 라면 먹을 자격이 있다 오늘은 8주코스의 마지막 달리기였다. 쉬지 않고 30분 달리기. 길었던 8주. 인고의 8주! 비록 빼야 할 살이 아직도 5kg이나 남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성취감을 즐기겠다. 해냈노라! 믿을 수 없노라! 그리고 곧장 라면을 끓이노라!;;ㅋㅋ 오늘은 아무 부담감 없이 후루룩 후루룩 마음껏 먹겠노라. 한젓가락 달라고 옆에서 계속 협박이 들어온다. 살 찌기 싫어 라면 먹을때마다 반 덜어줘 버릇했더니 내가 이까이꺼 한 개도 다 못 먹는 줄 아는구만. 반 젓가락도 아니되오.. 오늘만큼은 한 가닥 남김 없이 모조리 먹을테다. 2022. 1. 27.
가을빛깔 쨍하고 따사로운 날이었다. 십중팔구 다음주말부터는 이런 날씨를 기대하기 좀처럼 힘들 터. 게으른 자들아! 이 가을을 이대로 떠나보내기 싫다면 당장 방구석을 박차고 나가 산으로 가라고 가을이 등을 떠밀지 않겠나..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웬 사진촬영팀. 그런데 모델이...? 오오.. ㅎㅎ 햇빛 실컷 쬐어두고 이 바람도 잔뜩 마셔두어야 할 것만 같다. 이제 금방 겨울이 올테니. 그런 의미에서 이 산에 오면 꼭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그래 꼬맹아 너도 실컷 놀아둬. 짧고, 화려하고, 보고 있어도 아쉬운 계절. 매년 보아도 새삼 애달파 보이는...가을의 빛깔이란 참. 2022.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