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5 분노의 등산과 양고기 맥주찜 꼭두새벽에 이불 때문에 한바탕 다툰 후, 잠이 다 깨버려 더이상 잘 수가 없었다. 호통 치고, 애원하고, 이불을 따로 덮어도 봤지만...언제나 내 이불은 ㅅㅂㄴ 몸뚱이에 둘둘 말려 있는 것이다. 아 진짜...끓는다... 저 망할 놈의 -ㅅ- 잠버릇은 왜 결혼전 5년씩이나 숨어있다가 잠복기 풀린 바이러스마냥 이제서야 각성한건지 미스테리다. 궁둥이를 발로 있는 힘껏 밀쳐주고는, 일찍 일어난 김에 등산이나 가기로 했다. 초코바, 사과, 귤, 바나나 한 개씩 챙기고 물도 한 병. 아, 중요한 걸 잊을 뻔. 오늘 해먹으려던 고기 냉동실에 도로 넣어놔야지. 사메 일어나기 전에 얼른 꽝꽝 얼어라, 밥 못 해먹게. -_- 당신은 오늘 밥 말고 먹어야 할 게 있잖수? 엿 잡솨. 실컷 잡솨! 흥. 역으로 가는 트램 안에서.. 2022. 1. 25. 부엌단상 왠지 널찍해진 기분이 들어 방 안을 둘러보니 여름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선풍기가 사라졌다. 더위는 진즉에 물러갔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남편이 드디어 선풍기를 지하실로 돌려보냈나 보다. 더위가 다 뭔가. 이젠 아침 저녁으로 얼마나 쌀쌀한지 여름이 과연 오긴 왔었나 싶게 아득한 옛날일 같다. 살짝 찍어먹어 보니 이번 레몬청은 드물게 대성공인 것 같다. 스위스산 레몬 말고 수입산을 쓴 덕분인 듯 하고 ㅋ (향과 즙이 어쩜 천지차이), 이번엔 설탕을 제대로 팍팍 넣은 때문인 것도 같다. 레서피에서 넣으라는 설탕량은 인간적으로 너무 많아 보여서 매번 줄이곤 했는데 그만큼 넣으라는데엔 역시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살림의 여왕이라는 모 탤런트의 포스트에서 힌트를 얻어 시들어가는 방울토마토 한 팩을 처리.. 2022. 1. 25. 9월병 싱거워 처치곤란이던 멜론 삼총사가 스쿱으로 파 섞어 놓으니 괜히 맛있어 보이네.. 알록달록한 것만 보면 나도 모르게 할머니처럼 '곱다~' 소리가 절로 나오는거 보면 나 정말 아빠 많이 닮았다. 취향이며 식성, 소소한 버릇과 체육 못 하는 것까지 ㅎ 그러고 보면 아부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다만 우리 아빠는 알록달록한 옷을 (엄마가 말리지만 않으면 ^^) 실제로도 얼마든지 입고 다닐 배짱이 있는 사람이고, 나는 좋아만 할 뿐 현실에선 무난 그 자체를 택하는 부류의 사람인 것이다. '지중해 미각 탐험' 이라는 BBC 다큐를 보는데 은행의 높은 간부였던 사람이 장어양식장 주인이 된 얘기가 나온다. 그런게 괜히 멋있어 보이고 나도 뭔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달력을 보면 어김 없이 9.. 2022. 1. 25. 태양관리의 중요성 역시 인간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잰가보다. 발리 어느 약국의 '태양관리' 를 보며 킬킬거릴 때만 해도, 그 태양관리를 부실하게 한 탓에 불과 며칠 뒤 대상포진 환자가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다. -_-a 대상포진의 원인은 어릴 때 앓은 수두로, 그때의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있다가 어떤 계기론가 re-activation 되면서 대상포진으로 나타난다. 잠자던 바이러스를 깨운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내 경우엔 강한 자외선인 것 같다고 의사쌤이 말했다. 오 정확한 진단인 듯... 하긴, 문제의 왼팔 상태로 보아 너무나 자명한 것.. 햇빛에 타 벗겨지고 있는 살갗과 대상포진의 아방가르드한 콜라보. ㅠ_ㅠ; 날이 선선해 긴팔을 입을 수 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럼 얼마나 흉측했을꼬. 물집이.. 2022. 1. 25. 비둘기 고기, 가을이 오는가 깜짝이야;; 저녁때 먹고싶은 고기 골라서 해동시켜 놓으랬더니 얘네들이 부엌에서 이렇게 각선미를 뽐내며 -_-;; 앉아있었다. 연애시절 감기 걸려 앓아누운 남편에게 먹고 싶은거 있음 말해보라 했더니 비둘기 고기가 먹고 싶대서 ㅋㅋ 디잉~ 하는 문화충격을 느낀 적이 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둘 다 좋아서 나한텐 고르기 힘든 것처럼 남편에게는 양고기 vs. 비둘기 고기가 그렇다. 지금은 나도 노릇노릇 구워진 비둘기 고기를 제법 즐기게 되었으니.. 세월은 참 많은 걸 변하게 하지 뭔가. 시간은 유수와 같고, 나는 앞으로도 또 얼마나 변할 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개똥철학이 슬슬 기지개 켜는 걸 보니 가을이 오고 있는갑다. 2022. 1. 25. 삼계탕이 먹고 싶었지만 복날에 삼계탕을 든든히 먹어줬어야 되는건데 그걸 안하고 지나가서 그런가,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호되게 앓았다. 새로 산 타진 pot이 왔으니 삼계탕 대신 치킨타진 (모로코식 닭찜) 이라도 해먹어볼까 한다. 에밀 앙리 (왼쪽 검정색)를 그동안 무난하게 잘 썼으나 그만 쩍 금이 가고 말았다. 새로 들인 르쿠르제는 바닥이 주철로 만들어져 있어서 엄청 무겁긴 해도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막나라 조리기구답게 물을 따로 넣을 필요가 없다. 고깔 모양의 뚜껑을 타고 수증기가 순환하면서 재료 자체의 수분만으로 조리가 가능함. 고기가 야들야들 연하게 익는 것이 특징으로, 사실 슬로우쿠커나 찜기로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긴 하다. 별 건 아니지만 이게 들어가야 모로코에서 먹는 그 맛이 난다. 레몬을 소금에 절여.. 2022. 1. 25.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