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5 떨이장미와 새 냄비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6. 내 어느 젊은날 外 # 내 어느 젊은날: 이 일을 계속 하다간 내 명에 못 죽겠구나 -_- 싶은 날.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인갑다. 그래도 이젠 먹은 짬밥이 좀 되다보니, 책임자를 제법 괴팍하게 닦달하기도 하고 '나 심기 불편함' 티도 팍팍 내보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싶다. 분석팀장 올라프가 6개월간 휴가를 내고 독일->이탈리아 도보여행을 한단다. 화...나도 하고 싶다...(도보여행 말고 6개월 휴가). 우리 한 1년 병가 내고 태국 가서 스파나 하고 쉴까- 라고 남편과 종종 농담을 하는데 오늘 같아선 진짜로 그러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요즘 둘 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큰 탓인지, 탄자니아로 99% 확정했던 12월 휴가를 태국으로 급변경 하기에 이르렀다. 무슨 대단한 재미를 보겠다고 예방주사를 몇 대씩이나 .. 2022. 1. 26. 프로와 아마추어 작년말 나를 잠시 고민에 빠뜨렸던 한 동료의 실직. 마침 충원이 필요한 내 팀으로 오게 하든지, 그게 아니면 그는 해고될 상황이었는데,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후자를 택했다. 죄책감은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내 대답이 긍정이었다 한들 그 동료쪽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 지는 모르는 일이므로. 다만, 염려를 했다. 전공분야가 워낙 달라 비슷한 자리로 가긴 힘들겠구나...다른 분야에 신입으로 들어가든지, 아님 억수로 운이 좋아야겠다고. 그런데 그건 나의 쓸 데 없는 염려였다. 그의 팀장이었던 닐스의 말에 따르면, 해고된 지 3주도 안되어 새 직장을 구했을 뿐 아니라 원래 자리보다 더욱 거리가 멀어(!)보이는 업무에 경력직으로 들어갔단다. 내 의아함을 눈치챈 듯 닐스가 덧붙였다. "웃기지! 전혀 안 맞는 사.. 2022. 1. 26. 아직은 상상할 수 없는 뭐든 오래 쓰다 보면 고장날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 대상이 자기자신, 또는 가족의 건강이 된다면 그리 당연 덤덤하게 얘기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주름이 지고, 흰머리가 늘어나고, 눈이 침침해지고...비교적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건 딱 그 정도까지가 아닐까 싶다. 인공치아가 필요해지고, 관절이 여기저기 아프고, 매일 먹어야 하는 약들이 생기고...그때는 아마 얘기가 달라지겠지. 우리 부모님 세대가 이제 그런 때로 접어들었나 보다. 아부지가 암 제거 수술을 받으시게 되었는데 그리 걱정할 상황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이제 드디어 시작인가보군.'- 입 밖으로 차마 내진 못하지만 아마 그 방정맞은 생각 때문이리라. 육신이란 젊어질 줄은 모르고 나날이 늙어가기만 할테니, 인간.. 2022. 1. 26. 내 나이 실화냐 해가 바뀐 지도 벌써 나흘째이나, 매년 그렇듯 딱히 달라진건 없다 (어찌 보면 이것은 감사할 일이기도). 1월 첫주까지 휴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일터는 아직 고요하다. 그저께는 고작 이메일 다섯 통, 어제는 여섯 통, 바라건대 오늘과 내일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나가 주었으면 한다. 월요일부터 다시 몰아칠 일상 전에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한국나이로 마흔 다섯이 되었다는 걸 깨닫고 흠칫 했다. 나이를 잊고 싶은건지, 아니면 여기선 좀처럼 내 나이를 상기할 일이 없어 진짜로 잊고 있어선지, 마흔 다섯이라는 엄청난 춘추(!)가 다름아닌 내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순간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줄줄이 사탕식 깨달음: 그럼 사메는 마흔 한 살, 울아부지 일흔 다섯, 엄마 일흔 셋, 엊그제 .. 2022. 1. 26. 12월의 퇴근길 12월의 퇴근길은 길어진다. 광장 한복판 북적이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이에 조심하느라 느릿느릿한 트램들까지 합세해 통과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오늘은 잠깐 내려서 걸었다. 반짝이는 불빛 아래 치즈는 자글자글 구워지고, 향신료와 설탕이 듬뿍 들어간 와인단지에선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우리 산타들도 이제 좀 새로운 패션을 추구할 때가 됐다고 봐. 뭐래! 산타는 역시 빨간옷이지.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모든게 불과 열 두 달만에 반복되고 있는데도, 마치 전혀 새롭다는 듯 크리스마스는 매년 새삼스러운 환영을 받는 것 같다. 모두에게 뜻깊은 연말이 되기를, 나와 내 가족과 친구들이 또 한 해 여전히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며 나 또한 그 새삼스러움에 동참하곤 하는 것이다. 2022. 1. 26. 이전 1 ··· 36 37 38 39 40 41 42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