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토랑79 봄날의 파스타 옷장 안이 왠지 휑해졌다 싶은건 착각이 아니었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했던 사메가 우리 겨울자켓들을 다 세탁소에 보내버렸단다. 헐, 그러다 다시 추워지면 어쩌려고? 하려는데 새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사방에 꽃들은 또 얼마나 흐드러지고. 봄이 온 정도가 아니라 이미 흠씬 무르익었음을 또 이렇게 늦게사 깨닫는다. 일요일 점심엔 왜 특히 밀가루가 당기는건지 알 수 없다. 서울 우리집에서 일요일마다 국수, 라면, 수제비 등으로 점심을 먹던 습관이 남아서일까, 아님 일요일은 짜파게티 ^^ 라는 광고에 세뇌되어서일까. 우리집에서 제일 자주 해먹는 파스타는 해물파스타로, 그래서 해물믹스 두어 봉지 정도는 늘 냉동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참전에 사뒀다 잊고 있던 와인을 오늘 마셔보기로 했다. 찰랑이는 오묘한 금.. 2021. 11. 1. 비요일의 치즈 냄새 봄비스러운 비가 내린다. 1월보다 추운 2월이었는데 이제 좀 날이 풀리려나? 빼꼼 창문을 연 순간 얼음같은 공기가 쏜살같이 파고든다. 아직은 겨울인갑다.. 뜨끈한 수프와 치즈 잔뜩 들어간 음식이 당분간은 계속 어울리는.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마카로니 앤 치즈를 먹기로 한다. 요즘 (또) 다이어트 한다고 샐러드를 자주 먹는데 날씨가 이러니 더더욱 먹기 싫은 것. 이런 날엔 떡만두국 아닌가요! 샐러드 따위가 웬 말인가. 어서 봄이 와야 상큼 아삭한 샐러드맛을 좀 즐기며 먹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 닭가슴살 구이는 우리집에서 제일 자주 해먹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소스를 만들고 (올리브기름+ 발사믹 식초+ 다진 마늘+ 설탕+ 소금+ 후추+ 허브+ 머스터드) 발라 굽기까지 15분이면 넉넉하기 때문에. 자취 시.. 2021. 11. 1. 치킨을 기다리는 피클 오이를 어제 샀어야 했다. 피클 담그기 좋은 품종이 오랜만에 있었는데 그만 깜박 하고선.. 오늘 다시 갔더니 그새 동이 났다. 터키상점에서 비슷한 걸 골라오긴 했으나 왠지 미심쩍다. 어차피 주인공은 콜라비와 무가 될테니 오이는 쪼매만 넣어야겠다. 스물 일곱에 독일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식재료에 대한 나의 무지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래 무식한데다 한국에서 못 보던 것들까지 더해지니 장 보러 가는건 일종의 탐험이었고, 기름, 식초, 곡물, 각종 향신료의 다양함 앞에서 날마다 동공지진이었다. 아니 내가 이런 걸 다 먹을 일이 있기는 할까? 싶은게. 지금은 집에서 쓰는 식초만도 대여섯 가지는 되는걸 보면 내 식생활도 그동안 조금은 변했나보다. 도시락에 곁들일 채소를 따로 조리하기 귀찮을때 .. 2021. 11. 1. 힘이여 솟아라 일에 치일수록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려면 왠진 모르지만 고기를 먹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리 퀴리가 영양실조로 쓰러졌을때 언니 부부가 꼬박꼬박 먹게 했던 음식도 바로 스테이크가 아니던가. 예나 지금이나 고기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지글지글 한덩이 구워 먹고 나면 힘이 불끈 날 것 같은.. 그런 미신같은 믿음을 주는 상징적 음식. 어쩌다 가끔 영양제 개념으로 먹는 나와는 달리 원래부터 고기광팬인 남편은 오늘 메뉴가 몹시 흡족한 모양이다. ㅎㅎ 곁들여 먹을 버섯 리조또. 물 부어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제품이라 오늘 식사준비는 15분으로 끝. 역시 고기 구워 먹는게 제일로 편하긴 하다. 과연 자주 쓸까 하던 우려를 깨고 무쇠접시는 겨우내 잘 쓰고 있다. 다 먹을때까지 음식이.. 2021. 11. 1. 사랑의 변천사 숨겨왔던 나의 소듕한 김치. 아깝지만 오늘은 먹어야겠다. 너무 오래 숨기다간 꼬리를 밟힐 것 같아서. ㅎㅎ 사메가 김치맛을 알게 된 후로는 너무 빨리 동 나는 듯 해서 -_-; 위기감을 느낀 나는 치사하게도 숨기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진짜로 숨겼다기보단 눈에 좀 덜 띄는 ㅋ 위치로 옮겼달까. 그 후로는 김치가 줄어들질 않는걸 보니 효과가 있는갑다 했다. 남편 먹는게 그리 아깝다는게 아니라 나도 나름 변명거리가 있다. 사메에게 김치란 맘에 드는 여러 피클 중 하나일 뿐, 꼭 김치여야만 할 이유는 없다. 반면 내게 있어 김치는 All or Nothing. 없으면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김치가 어울릴 자리에 다른 걸로 대체할 수는 없는 존재인 것이다. 남은 김치를 제일 후회 없이 먹어치울 방법이 뭘까 생각.. 2021. 11. 1. 진눈깨비, 요크셔 푸딩, 슬로베니아 잡담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잦은 출장 석 달째에 마침내 사메가 병이 났다. 감기차를 좀 해줘볼까 하고 배, 생강, 계피, 구기자를 달이고 있으니 온 집안에 한약(?)냄새가 진동한다. 슬로우쿠커의 단점이라면 음식냄새가 집안 구석구석까지 퍼진다는건데 내가 싫어하는 계피냄새가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다가 강력하다. 윽.. 그래도 환자를 위해 과감히 넣었으니 마시고 쾌차하길. 시체 다리 고아 먹이던 전설의 고향 그 뭐냐.. '내 다리 내놔' 가 지금 생각나는건 왜지. ㅋㅋ 날도 꿀꿀하니 갓 구운 빵으로 아침을 먹고팠다. 빵 굽는 냄새가 계피냄새도 좀 눌러줬으면. 금방 구워낸 빵을 원하지만 사러 나가긴 싫다, 단맛 나는 빵은 싫다, 번거로운 것도 싫다- 그렇다면 요크셔 푸딩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계란, 밀가루, .. 2021. 11. 1. 이전 1 ···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