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토랑82 추억의 크림빵 어느덧 라마단도 절반을 넘어섰다. 얼씨구나 좋구나 한달간 부엌엔 얼씬도 않으리라 맹세했건만, 샐러드로 때우는 저녁이 그새 싫증난건지, 아님 또 어느새 달다구리에 홀리는 마의 기간이 돌아온건지, 요며칠 계속 '언젠간 먹고 말거야' 태세였다. 그 대상은 크림빵. 그것도 노인네처럼 추억의 크림빵. 어릴적 우리동네 '몽블랑 제과' 에서 팔던 흰크림빵/땅콩크림빵 세트가 왜 갑자기 생각난건지. 오밤중에 부랴부랴 버터크림 만들기 검색. 머랭 올리고 시럽 끓이고 시럽을 넣어주니 윤기 도는 머랭이 되었다. 밖에는 우르릉쾅쾅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진다. 번개 맞고 깨어난 프랑켄슈타인처럼 이 밤에 벌떡 일어나 전속력으로 핸드믹서를 돌리고 있는 괴이한 내 모습 대체 무엇.. -_-;; 버터를 한조각씩 넣으면서 계속 저어.. 2021. 11. 2. 이 때다 싶은 다이어트 라마단이 돌아왔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심란해하던 ㅎ 사메는 서늘한 날씨덕에 비교적 덜 힘든 첫주를 보내고 있다. 원래 주말엔 늦어도 9시에는 일어나는데 오늘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잔다. 그치.. 일찍 일어나봤자 그 좋아하는 맛있는 것도 못 먹고; ㅋ 배고프고 목마른 긴 하루일테니 잠이나 더 자는게 상책이겠다 싶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살 빼기 좋은 이 절호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텐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다이어트식을.퀴노아 샐러드병아리콩+고구마 쉐이크구워서 얼려놨던 닭가슴살 두어 조각과 함께.대체로 한가함에서 완전 한가함으로 격상된 나의 주말은, 배를 채운 후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으로 이어진다. 밥 한끼 해먹던거 생략할 뿐인데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나. 간단하게라도 집밥을.. 2021. 11. 2. 아스파라거스 리조또와 연어케잌 제철채소란 좋은 것이지.. 그러나 그게 아스파라거스라면? 독일생활을 막 시작했을 즈음 TV에 자주 나오던 Knorr 광고가 있었다. 오늘 저녁메뉴는 뭔가 뛰쳐나와서 보던 꼬맹이들이 아스파라거스를 보고는 대실망을 한다. "으윽...슈파겔..." (아스파라거스의 독일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엄마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Knorr 홀랜다이즈 소스를 끼얹어주고, 꼬맹이들은 아스파라거스를 맛있게 먹는다. 그때만 해도 아스파라거스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 광고의 포인트를 이해할 수 없었더랬다. 영양가가 훌륭하지만 이 곳 아이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채소라는 것도, 알고보니 나 또한 이 채소를 안 좋아한다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 봄이 되면 어김없이 한번쯤은 먹게 되는 마력이 있는데, 순전히 심적만족 .. 2021. 11. 1. 봄날의 파스타 옷장 안이 왠지 휑해졌다 싶은건 착각이 아니었다. 금요일에 일찍 퇴근했던 사메가 우리 겨울자켓들을 다 세탁소에 보내버렸단다. 헐, 그러다 다시 추워지면 어쩌려고? 하려는데 새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사방에 꽃들은 또 얼마나 흐드러지고. 봄이 온 정도가 아니라 이미 흠씬 무르익었음을 또 이렇게 늦게사 깨닫는다. 일요일 점심엔 왜 특히 밀가루가 당기는건지 알 수 없다. 서울 우리집에서 일요일마다 국수, 라면, 수제비 등으로 점심을 먹던 습관이 남아서일까, 아님 일요일은 짜파게티 ^^ 라는 광고에 세뇌되어서일까. 우리집에서 제일 자주 해먹는 파스타는 해물파스타로, 그래서 해물믹스 두어 봉지 정도는 늘 냉동실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참전에 사뒀다 잊고 있던 와인을 오늘 마셔보기로 했다. 찰랑이는 오묘한 금.. 2021. 11. 1. 비요일의 치즈 냄새 봄비스러운 비가 내린다. 1월보다 추운 2월이었는데 이제 좀 날이 풀리려나? 빼꼼 창문을 연 순간 얼음같은 공기가 쏜살같이 파고든다. 아직은 겨울인갑다.. 뜨끈한 수프와 치즈 잔뜩 들어간 음식이 당분간은 계속 어울리는.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마카로니 앤 치즈를 먹기로 한다. 요즘 (또) 다이어트 한다고 샐러드를 자주 먹는데 날씨가 이러니 더더욱 먹기 싫은 것. 이런 날엔 떡만두국 아닌가요! 샐러드 따위가 웬 말인가. 어서 봄이 와야 상큼 아삭한 샐러드맛을 좀 즐기며 먹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이 닭가슴살 구이는 우리집에서 제일 자주 해먹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소스를 만들고 (올리브기름+ 발사믹 식초+ 다진 마늘+ 설탕+ 소금+ 후추+ 허브+ 머스터드) 발라 굽기까지 15분이면 넉넉하기 때문에. 자취 시.. 2021. 11. 1. 치킨을 기다리는 피클 오이를 어제 샀어야 했다. 피클 담그기 좋은 품종이 오랜만에 있었는데 그만 깜박 하고선.. 오늘 다시 갔더니 그새 동이 났다. 터키상점에서 비슷한 걸 골라오긴 했으나 왠지 미심쩍다. 어차피 주인공은 콜라비와 무가 될테니 오이는 쪼매만 넣어야겠다. 스물 일곱에 독일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식재료에 대한 나의 무지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원래 무식한데다 한국에서 못 보던 것들까지 더해지니 장 보러 가는건 일종의 탐험이었고, 기름, 식초, 곡물, 각종 향신료의 다양함 앞에서 날마다 동공지진이었다. 아니 내가 이런 걸 다 먹을 일이 있기는 할까? 싶은게. 지금은 집에서 쓰는 식초만도 대여섯 가지는 되는걸 보면 내 식생활도 그동안 조금은 변했나보다. 도시락에 곁들일 채소를 따로 조리하기 귀찮을때 .. 2021. 11. 1. 이전 1 ···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