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토랑79 탁상그릴 오늘의 주인공은 음식이 아니고 새로 산 그릴기계가 되시겠다. 오래전부터 작은 탁상그릴을 사고팠지만 내 바람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의외로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원하는건 전기그릴이되 돌판 또는 세라믹판을 장착한 것이었는데, 시중에서 파는건 하나같이 크기가 애매하거나 나에겐 필요 없는 기능을 이것저것 겸용하는게 대부분이었다. 진짜 단순하게 플레이트만 딱 있는거 있으면 산다- 하던 차에 그런 모델을 드디어 찾았다. 시험작동을 위한 식재료가 조달되었다. 올리브오일+칠리오일+다진마늘+커민+허브+소금/후추 대충 사오랬더니 그 와중에 여러 가지도 가져왔네. ㅋ 와인병 열 때마다 코르크 마개를 산산분해하는 사메 때문에 전동 opener도 하나 샀다. 예열이 정말 빠르게 된다. 5초만에 코르크를 깔끔하게 열어주었다. 오... 2021. 11. 3. 12월의 밥상 12월의 첫날. 이 무렵이 되면 회사에서 진행중인 모든 업무의 데드라인은 자동합의가 된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로.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하던 일 잘 마무리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는 것! 그보다 더 중한 연말과제가 무엇이란 말인가. 부엌에서도 그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12월엔 주로 냉동실을 발굴해 묵은걸 하나씩 먹어치우며 산다. 휴가전까지 버티는 마음가짐으로다가. 이 오징어 언젯적거더라.. 손질도 안 된걸 사오면 어떡하냐고 신경질을 내고선 그대로 처박아뒀던건 기억이 나는데. 동영상 따라하면서 간신히 껍질 벗기고 눈 떼고 내장 꺼냈다. 바닷속에서 엄청 똘똘해보이던게 생각나서 왠지 맘이 짠했다. ㅋㅋ 부슬비가 오니 국물 생각이 나서 홍합탕도.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도 된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2021. 11. 3. 허브버터 스테이크 내일 새벽부터는 서머타임이 해제된다. 더는 도저히 summer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해가 짧아져버려서 오후 네 시 반이면 어둠이 찾아든다. 우리집 주말의 요상한 끼니때- 브런치인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 엿장수 맘대로 식사타임은 여전하다. 오늘 메뉴는 허브버터 스테이크.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오늘의 재료 두 가지- 허브와 버터. 허브는 파슬리, 오레가노, 로즈마리, 타임을 준비했고 버터는 부드러워지도록 실온에 미리 꺼내둔다. 오늘은 특별히 좋은 버터도 꺼내 썼다. 비싼 버터와 일반 요리용 버터의 차이는, 신선한 크림 100%로만 만들고 얼리지 않는 (비싼 버터) vs. 크림+치즈 부산물로 만들고 운반시 얼린다는 데 있다고 한다. 맛의 차이는 요리에 넣을땐 사실 크게 못 느끼겠는데 빵에 바로.. 2021. 11. 3. 양갈비의 재발견 최근 youtube에서 새로 follow 하게 된 그리스인 쉐프의 말인즉, 양갈비에는 딱 두 가지만 넣으면 족하단다- 소금과 올리브오일. 그리고 민트소스를 뿌려 먹어보라길래 따라해봤더니...오...내가 알던 (그리고 싫어하던) 그 양고기 맛이 아닌데?! 소금과 올리브기름 넣고 굽기만 하면 무조건 맛있다는건 물론 과장이겠고 다른 조건도 충족되었으니 가능한 맛이지 싶다. 이를테면 좋은 양고기, 너무 오래 익히지 말것 (한면에 1분~1분 30초면 충분), 소스 역시 신선한 재료로 만들 것 등. 고기에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뿌려 버무려두고 (굽기 직전에) 민트소스는 민트잎 충분히, 마늘 한두 쪽, 고추 한 개 (씨는 빼고), 라임즙. 여기에 식초 약간과 꿀 한숟갈, 소금 약간을 넣어 만든다. 양면을 굽는데 3분이.. 2021. 11. 3. Beef ragout 냄새로 여는 아침 이제는 창문을 좀 열어두고 잤다간 밤새 방 안을 점령해버린 싸늘함에 놀라 잠을 깨게 된다. 오늘 아침엔 방문 틈으로 스며들어오는 뭔가 구수한 냄새에 눈을 떴다. 아 그렇지, 어젯밤에 슬로우쿠커를 켜놓고 잤지. 모닝커피 대신 아침을 여는 소고기 라구(ragout)의 냄새. 고기에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고 (다 익으면 연해져서 포크만 갖다대도 잘라지므로 이보다 훨씬 큰 덩어리째로 써도 상관 없다) 채소는 늘 단골로 들어가는- 양파, 샐러리, 당근, 감자- 그리고 다진마늘 조금. 으깬 토마토 한 개. 콩나물, 깻잎 등 한국채소가 그리울 때가 많지만 유럽에 오고나서 새로이 가치를 알게 된 채소도 꽤 있다. 샐러리처럼. 마요네즈 광고에 등장하는 것 말고는 당최 무슨 맛으로 먹는건지 모르겠던 샐러리가 지금은 양파 .. 2021. 11. 3. 수프가 있는 금요일 수프의 계절이 왔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가 집밥을 대표한다면, 수프 한그릇도 비슷하지 않나 싶다. 같은 한그릇이라도 인스턴트 음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집스러움과 위로받는 기분이 있달까. 우리집에서 자주 먹는 수프는 다섯 가지 정도- 렌틸수프, 연어크림수프, 버섯크림수프, roasted 토마토/마늘수프, 비프스튜. 몇 안 되는 레퍼토리지만 돌아가며 끓이다보면 가을/겨울이 다 가버리곤 해서 새로운 수프는 좀처럼 식탁에 올라오지 않는다. ㅋㅋ 육수는 항상 닭육수를 쓰는데, 처음엔 귀찮아서 치킨스톡 큐브를 사서 쓰다가 어느 날 진짜 닭육수로 끓여보았더니...아..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보다. 홈메이드 육수맛을 알아버린 나는 그 이후 수프를 끓일때마다 심한 갈등에 빠져야했던 것.. 그냥 큐브를 쓸 것이냐 아니면 귀.. 2021. 11. 3.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