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5 커피 사오는 길 당신은 무슨 재미로 직장에 다녀? 라고 서로 물어보면- 난 출근길 커피 마시는 낙으로, 사메는 도시락 까먹는 재미로 다닌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웃길 때가 있다. 남편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반 진담이 확실하다. 출근을 안 하는 주말에도 단지 매일 마시는 그 커피를 마시고자 읍내행을 마다 않으니 말이다. 스위스에서 맞는 첫 주말, 카이로에 비하면 쥐죽은 듯 적막한 토요일 아침 거리가 사메에겐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은 그래도 북적거리는 편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엔 길에 개미 한마리 없는 적막이 흐르기도 한다. 이 계절이면 더욱 쓸쓸해 보이는 라인강변의 병사님. '가방은 잠그고 눈은 뜨라' 는 뜻의 소매치기 주의 경고문. 이게 처음 생겼을 때 '바젤.. 2022. 1. 24. 11월스럽다 종일 먹구름 잔뜩이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던 탓인지 참 어지간히 일하기 싫은 하루였다. 오늘같이 스산한 날에는 김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공포영화나 보면 딱이련만. 11월 땡 시작하자마자 어쩜 이렇게 날씨도 11월스러워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부엌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소꿉놀이 아지트도 오늘은 쓸쓸해 보인다. 꼬마들의 살림살이로 가득하던 탁자 위엔 낙엽들만이. 하긴 뭐 굳이 공포영화까지 필요가 있을까. 하루하루 들려오는 한국발 뉴스가 그 어떤 공포영화 보다도 무서운 요즘. 어쩌면 그렇게까지 무능할 수가 있고 어떻게 그 지경까지 썩었을 수가 있는지.. 끝도 없는 바닥으로 치닫는 나라의 현실이 무섭고 절망스럽다. 뜨끈한 국물생각이 간절했던 탓인지, 시험관 배아 이식 후부터 쓰나미처럼 밀려오.. 2022. 1. 24. 까마귀 노는 곳에 머리 위에서 후두둑 소리가 나길래 낙엽인가 했더니 쪼매난 돌멩이가 투둑 떨어졌다. 그러려니 하고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데 조금 후에 또 조약돌만한 게 투둑 하고 떨어진다. 세상에...딱 걸리지 않았겠나? 돌조각을 주둥이에 물고 있다가 내 주변에 떨어뜨리고 가던 까마귀 두어 놈. 그래놓곤 시치미 딱 떼고 유유히 모퉁이를 돌아가는데...아 놔.. 어이가 없어서. ㅋㅋ 눈을 의심했네. 까마귀가 유난히 많은 이 길을 수백번도 넘게 지나다녔지만 오늘같은 일은 처음이다. 사람을 골탕 먹일 줄도, 다른 동물들과 숨바꼭질을 할 줄도 아는 영리한 새라는 건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지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소리 없이 빛바래가는 덩굴들과 폭신한 이끼로 덮인 나무들이 빼곡한 이 길. 그 한적함이 좋아서 자주 이 길로 .. 2022. 1. 24. 조삼모사 外 해는 짧아진데다 날은 흐려서 출근길은 어슴푸레 정도를 넘어 캄캄할 지경이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변함 없이 비 오는 날이 좋다. 단, 출근을 안 하는 날에 한해서... ^^;; 오늘 같은 날씨엔 회사 땡땡이 치고 어딘가로 가는 기차에 훌쩍 몸을 싣고픈 충동을 억누르느라 스스로 참 수고가 많다. 이제는 어느 구석을 둘러봐도 10월보다는 11월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나라의 한 해 중 단연코 가장 음산한 달. 출근길은 캄캄하고 퇴근길은 어둑하다. 서머타임이 이번 일요일에 끝나면 시계는 1시간이 늦춰질거고 출근길이 조금 덜 어두워지는 대신 이번엔 퇴근길이 캄캄해지겠지. 서머타임은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매년 한다. 그 사이 난자채취가 수월하게 끝났다. 자고 일어나보니 끝났더라는. 양보다 질.. 2022. 1. 24. 가네 가네, 왔네 왔어 #가네 가네: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은근히 바랐지만 이 곳 예보는 안 좋은 날씨일수록 잘 들어맞는다. 참 오랜만에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부엌 베란다에 나가 빗방울 맺힌 나뭇잎을 보며 통화를 해서 그런가 엄마 아빠 목소리도 내 목소리도 왠지 평소보다 한결 차분하고 정감 있게 들리는 기분이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에 한눈 팔며 통화하는 대신 앞으로는 이렇게 신선한 공기와 나무들 속에서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선가 떨어져 내려와 장식처럼 얹혀있는 단풍잎. 거리 거리엔 군밤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가을이, 이 한해가, 또 이렇게 가네...오자마자 가네.. #왔네 왔어: 왔다 왔어, 석류의 계절이. 온갖 먹을거리에 석류알을 흩뿌리고 싶어하는 사메의 병이 도지는 계절. -_.. 2022. 1. 24. 어쩌면 오늘은 어쩌면 오늘은 금년의 마지막 화창한 가을날이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내일부터 적어도 2주는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될거라는데 그때쯤이면 가을은 이미 떠나고 난 후일 테니까 말이다. 멀리서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나를 향한 강렬한 시선. ㅎㅎ 뭐랄까 마치 외국인을 알아보는 것 같은 개들을 이렇게 종종 만날 때가 있다. 낯선 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개냄새(?) 나는 사람에게 보이는 관심과는 확실히 뭔가 좀 다른, 왠지 쟤들도 외국인인 걸 알고 구경하는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을 때가 있는 것이다. ^^ 이 집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가 마당에 한가득이라 사과 살 일은 없겠더라. 가을을 담고 있던 주머니가 팍 터져버린 것 같은 날이었다. 2022. 1. 23.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