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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725

까마귀 노는 곳에 머리 위에서 후두둑 소리가 나길래 낙엽인가 했더니 쪼매난 돌멩이가 투둑 떨어졌다. 그러려니 하고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데 조금 후에 또 조약돌만한 게 투둑 하고 떨어진다. 세상에...딱 걸리지 않았겠나? 돌조각을 주둥이에 물고 있다가 내 주변에 떨어뜨리고 가던 까마귀 두어 놈. 그래놓곤 시치미 딱 떼고 유유히 모퉁이를 돌아가는데...아 놔.. 어이가 없어서. ㅋㅋ 눈을 의심했네. 까마귀가 유난히 많은 이 길을 수백번도 넘게 지나다녔지만 오늘같은 일은 처음이다. 사람을 골탕 먹일 줄도, 다른 동물들과 숨바꼭질을 할 줄도 아는 영리한 새라는 건 다큐멘터리에서나 봤지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소리 없이 빛바래가는 덩굴들과 폭신한 이끼로 덮인 나무들이 빼곡한 이 길. 그 한적함이 좋아서 자주 이 길로 .. 2022. 1. 24.
조삼모사 外 해는 짧아진데다 날은 흐려서 출근길은 어슴푸레 정도를 넘어 캄캄할 지경이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변함 없이 비 오는 날이 좋다. 단, 출근을 안 하는 날에 한해서... ^^;; 오늘 같은 날씨엔 회사 땡땡이 치고 어딘가로 가는 기차에 훌쩍 몸을 싣고픈 충동을 억누르느라 스스로 참 수고가 많다. 이제는 어느 구석을 둘러봐도 10월보다는 11월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나라의 한 해 중 단연코 가장 음산한 달. 출근길은 캄캄하고 퇴근길은 어둑하다. 서머타임이 이번 일요일에 끝나면 시계는 1시간이 늦춰질거고 출근길이 조금 덜 어두워지는 대신 이번엔 퇴근길이 캄캄해지겠지. 서머타임은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매년 한다. 그 사이 난자채취가 수월하게 끝났다. 자고 일어나보니 끝났더라는. 양보다 질.. 2022. 1. 24.
가네 가네, 왔네 왔어 #가네 가네: 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은근히 바랐지만 이 곳 예보는 안 좋은 날씨일수록 잘 들어맞는다. 참 오랜만에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부엌 베란다에 나가 빗방울 맺힌 나뭇잎을 보며 통화를 해서 그런가 엄마 아빠 목소리도 내 목소리도 왠지 평소보다 한결 차분하고 정감 있게 들리는 기분이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에 한눈 팔며 통화하는 대신 앞으로는 이렇게 신선한 공기와 나무들 속에서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선가 떨어져 내려와 장식처럼 얹혀있는 단풍잎. 거리 거리엔 군밤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가을이, 이 한해가, 또 이렇게 가네...오자마자 가네.. #왔네 왔어: 왔다 왔어, 석류의 계절이. 온갖 먹을거리에 석류알을 흩뿌리고 싶어하는 사메의 병이 도지는 계절. -_.. 2022. 1. 24.
어쩌면 오늘은 어쩌면 오늘은 금년의 마지막 화창한 가을날이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내일부터 적어도 2주는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될거라는데 그때쯤이면 가을은 이미 떠나고 난 후일 테니까 말이다. 멀리서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나를 향한 강렬한 시선. ㅎㅎ 뭐랄까 마치 외국인을 알아보는 것 같은 개들을 이렇게 종종 만날 때가 있다. 낯선 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개냄새(?) 나는 사람에게 보이는 관심과는 확실히 뭔가 좀 다른, 왠지 쟤들도 외국인인 걸 알고 구경하는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을 때가 있는 것이다. ^^ 이 집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가 마당에 한가득이라 사과 살 일은 없겠더라. 가을을 담고 있던 주머니가 팍 터져버린 것 같은 날이었다. 2022. 1. 23.
30분 가을산책 늦은 점심거리를 오븐에 막 밀어넣고 나서 무심코 내다본 밖에 비둘기가 앉아있다. 평소엔 작은 인기척에도 푸드덕 날아가버리는데 오늘은 웬 일인지 멍 때리고 있는 중. 하나, 둘, 셋...사진까지 찍을 동안 멍. ㅎㅎ 비둘기 덕에 오늘 처음 제대로 본 바깥 모습. 늦잠 자고 게으름 피우는 동안.. 아...가을볕 참으로 좋은 오후가 바깥세상엔 펼쳐져 있었다. 한없이 노곤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오후햇살에 끌려 갑자기 산책이 하고 싶었다. 오븐 속 고기가 다 익을 때쯤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축구 보고 있던 사메가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푸른색이 더 많이 남은 늦여름 같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어느 구석은 또 무르익은 가을의 모습이기도 하다. 바람에 살랑이는 노란 커튼 앞에 .. 2022. 1. 23.
진짜 실수는 누구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