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25 스산한 일요일 눈이 올 거라던 예보는 빗나갔다. 하지만 얼마나 을씨년스러워졌는지 모른다. 종일 먹구름 가득한 도시에 까마귀 우는 소리만이 울려퍼지는 느낌. 도시락 싸 갈 양고기 스튜. 이런 날씨 나의 진정한 희망메뉴는 김치콩나물 국밥 또는 된장찌개 백반입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이겠지라. 점심으로는 라끌렛을 해먹었다. 치즈를 녹여 삶은 감자, 구운 채소 등과 함께 먹는 이 겨울음식이 생각난 건 우리 뿐만이 아니었는지 수퍼마켓 라끌렛 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더라. 이집트 대 가나의 축구경기에 심취해 계신. 이럴 때 말 걸면 무조건 '응' 또는 '아라쏘'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오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기 밥 내가 혼자 다 먹어버린다~"..."아라쏘." ㅋㅋ 어느 집 고양이인지 자주 산책 나온다. 풀숲.. 2022. 1. 24. 촛불을 밝힐 시간 이렇게 멀리서, 고작 장식용 촛불 따위로 대신한 채 현장을 모니터 너머로나 보고 있자니 참 무력하지만, 광장에 운집해 뜻을 모으고 있을 모두에게 티끌만큼의 마음이라도 날아가 보태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여기가 과연 바닥이긴 한건지, 차고 올라갈 희망이 남아 있긴 한건지. 16년전 한국을 떠나올 때는 몰랐다. 태어나고 자란 내 나라의 위기를 밖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픈 일이라는 것을. 2022. 1. 24. 별이 보이지 않는 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4. 월동준비 # 순응형 월동준비: 예전에 친구한테서 레몬청 선물을 받고선 "어머 이런 걸 다 손수 절이니~ 주부다~!" 했는데...내가 이걸 두 달 꼴로 하게 될 줄이야. 일년에 감기 백번 걸리는 -_- 남편과 살다 보니 별 관심 없던 걸 다 한다. 한번만 더 아프면 집에서 쫓아낸다 했더니 한동안 잠잠하다. 회사에서 독감백신도 맞고 오고.. 안 쫓겨날려고 노력중인 듯. 레몬을 열 개 샀는데 생각보다 양이 너무 적은 거다. 생강을 아무리 팍팍 섞어도 한 병 가까스로 나올 것 같다. 씨를 빼라니까 빼긴 한다만...안 빼면 레몬청에서 쓴 맛이 난다는 게 사실일까? 다음번엔 안 빼고 한 번 해봐야겠다. 매번 너무 설탕폭탄이었어서 이번엔 좀 줄인다는게 너무 줄였나.. 어떻게 몇 시간만에 벌써 다 녹았지; 모과는 갈변한 모양새.. 2022. 1. 24. 커피 사오는 길 당신은 무슨 재미로 직장에 다녀? 라고 서로 물어보면- 난 출근길 커피 마시는 낙으로, 사메는 도시락 까먹는 재미로 다닌다고 농담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농담이 아닌 것 같아서 웃길 때가 있다. 남편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반 진담이 확실하다. 출근을 안 하는 주말에도 단지 매일 마시는 그 커피를 마시고자 읍내행을 마다 않으니 말이다. 스위스에서 맞는 첫 주말, 카이로에 비하면 쥐죽은 듯 적막한 토요일 아침 거리가 사메에겐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토요일 아침은 그래도 북적거리는 편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엔 길에 개미 한마리 없는 적막이 흐르기도 한다. 이 계절이면 더욱 쓸쓸해 보이는 라인강변의 병사님. '가방은 잠그고 눈은 뜨라' 는 뜻의 소매치기 주의 경고문. 이게 처음 생겼을 때 '바젤.. 2022. 1. 24. 11월스럽다 종일 먹구름 잔뜩이다.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던 탓인지 참 어지간히 일하기 싫은 하루였다. 오늘같이 스산한 날에는 김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공포영화나 보면 딱이련만. 11월 땡 시작하자마자 어쩜 이렇게 날씨도 11월스러워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부엌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소꿉놀이 아지트도 오늘은 쓸쓸해 보인다. 꼬마들의 살림살이로 가득하던 탁자 위엔 낙엽들만이. 하긴 뭐 굳이 공포영화까지 필요가 있을까. 하루하루 들려오는 한국발 뉴스가 그 어떤 공포영화 보다도 무서운 요즘. 어쩌면 그렇게까지 무능할 수가 있고 어떻게 그 지경까지 썩었을 수가 있는지.. 끝도 없는 바닥으로 치닫는 나라의 현실이 무섭고 절망스럽다. 뜨끈한 국물생각이 간절했던 탓인지, 시험관 배아 이식 후부터 쓰나미처럼 밀려오.. 2022. 1. 24.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1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