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15 30분 가을산책 늦은 점심거리를 오븐에 막 밀어넣고 나서 무심코 내다본 밖에 비둘기가 앉아있다. 평소엔 작은 인기척에도 푸드덕 날아가버리는데 오늘은 웬 일인지 멍 때리고 있는 중. 하나, 둘, 셋...사진까지 찍을 동안 멍. ㅎㅎ 비둘기 덕에 오늘 처음 제대로 본 바깥 모습. 늦잠 자고 게으름 피우는 동안.. 아...가을볕 참으로 좋은 오후가 바깥세상엔 펼쳐져 있었다. 한없이 노곤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오후햇살에 끌려 갑자기 산책이 하고 싶었다. 오븐 속 고기가 다 익을 때쯤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축구 보고 있던 사메가 들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푸른색이 더 많이 남은 늦여름 같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어느 구석은 또 무르익은 가을의 모습이기도 하다. 바람에 살랑이는 노란 커튼 앞에 .. 2022. 1. 23. 진짜 실수는 누구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3.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면 갓 딴 사과들이 그야말로 한창인 요즘이다. 사과의 고장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난, 그것도 과수원집 외손녀였음에도 나는 사과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 언니의 사과사랑이 워낙 극진해 어릴적부터 우리집엔 늘 궤짝으로 사과가 있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한 오리온 종합선물 세트 같은 거라면 내 백번이라도 이해를 하련만, 저 큰 상자에 사과만 잔뜩 담아 팔고 또 그걸 사는 사람이 있다니...어른들의 입맛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독일에서 살기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사과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사실. 단지 우리집 식구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그 '꿀사과' 품종 (부사)이 내 취향에는 아니었던 것 뿐. 어릴 적 어느 날, 엄마가 평소와는 다른 노리끼리한 사과.. 2022. 1. 23. 그놈의 밥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3. 이런 날 오늘 우리회사 독일지사에서 대규모 회의가 있었다. 회의실 거울벽에 모두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는데, 거기 잠시 시선이 머문 순간 갑자기 외로워졌다. 나만 외국인이야.. 평소엔 그래도 프랑스인 동료라도 몇 섞여 있는데 오늘은 99.99% 독일사람들 틈에 딱 나 혼자. 그러고 보니 지금 나누는 얘기도 이 사람들에겐 그냥 다 자기나라 말인데 나한테만 외국어고.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지. 그게 이제 와서 외로울 이유가 되나- 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참 우습게도 한번 의식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런 날이 한번씩 있다. 낯선 곳에서 졸다 깬 사람처럼 '여긴 어디, 난 누구' 갑자기 모든게 어리둥절 새삼스런 날이. 이런 날엔 역시 집이 최고지 가족이 최고야 그치 하면서 집에 왔는데 집에도 외쿡.. 2022. 1. 23. 아빠는 잔디 깎고 엄마는 쿠키 굽...기 싫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1. 23.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