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25 좋은 곳으로 가거라 열 여덟살 우리집 노견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 수명을 다 누렸고, 크게 아팠던 시간도 없었고, 마지막에도 편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갔다 하지만 그래도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기차 안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늙음과 죽음, 이별은 아프고 두렵다. 나이를 마흔 씩이나 먹으면 한결 의연해지는 건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나약하기만 한 나 자신도 두렵다. 고작 이런 사람이지만 나와 우리가족과 함께 한 18년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었기를. 그리고 더 많이 좋은 곳으로 갔기를... 2021. 12. 21. 남한산성 누룽지 닭백숙 최근에 알게된 다담 된장찌개 양념에 빠져서 한동안 주구장창 된장찌개만 끓여 먹다가 닭백숙 재료 세트를 발견하고 또 가만 있을 수 있나. 이런건 즉각 시식을 해봐야 한다. 내 식생활에 빛이 되어줄 지 아닐 지. 샘표 남한산성 누룽지 닭백숙 재료: 육수용 티백과 누룽지가 한봉지 들어있다. 그리고...그게 땡. 삼계탕과 그 속에 들어있는 찹쌀밥을 먹으면 몸이 막 보양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하는데 과연 이 누룽지 닭백숙이 그 비슷한 기분을 내줄 수 있을까 함 해먹어보기로 한다. 우리엄마였다면 화학조미료 듬뿍 들어간 인공적인 맛이라고 (먹어보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겠지만 어무니도 타향살이 13년이면 맴이 바뀌실 걸. 조미료의 맛 또한 한국의 맛일지니...용서가 되실 것이옵니다. 티백 속 재료는 이러저러.. 2021. 12. 21. 이사 후 일주일째 이사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비로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매일 뭔가 손 볼 것들이 나타나서 아직도 몇 가지 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강은 끝난 것 같다. 여기서는 사람의 손을 거치는 서비스를 구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돈 낸다고 다 되는 게 아님) 별 것 아닌 일에도 노력이 곱절로 들고 비용은 비용대로 만만치 않다. 아무튼.. 집이란 사람이 살기 시작하는 즉시 어수선해지기 마련이므로 깨끗할 때 얼른 기념사진 좀 찍고. 현관문 열면 바로 보이는 벽걸이 촛대와 포도덩굴. 덩굴도 초도 가짜(LED). 자세히 보면 화분 뒤에 리모콘이 있다. 전체면적에 비해 전실(前室)이 상당히 넓은 구조인데, 실생활에 활용하기는 어렵고 비워두기는 허전한 애매한 공간이다. 사실 덩굴 뿐만 아니라 집안에 있.. 2021. 12. 21. Basel로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송별회까지 모두 마쳤다. 하.. 그 어느때보다도 기나긴 일주일이었다. 시간 없어서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던 이삿짐 싸기를 마침내 마무리할 수 있겠다. 그래도 오늘 저녁만은 그냥 좀 쉬자.. 다음주 월/화요일에 새 가구들을 모두 받고, 수요일에 이사를 하고, 새집 정리를 다음주내로 모두 해치운다는 계획이었는데 장롱과 서랍장이 예정보다 2주나 늦게 도착하겠다는 연락이 오늘 왔다. 그동안 뭐한걸까 IKEA...한달도 더 전에 주문했구만. 장롱과 서랍장이 안 온다는 것은 옷방정리를 전혀 시작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집정리 일찌감치 끝내고 좀 쉬어보려던 나의 계획을 이렇게 망칠 수 있나! 문디 IKEA! ㅠ,.ㅠ 새집 열쇠를 넘겨받아 비로소 구석구석 자세히 둘러봤는데...음...작은집인데도 뭔.. 2021. 12. 21. 깻잎과 콩나물 부추, 깻잎, 콩나물은 참 좋아하는 채소들이지만 하필 이 곳엔 없는 것들이기도 하다. 취리히에 있는 한국식품점에서 깻잎과 콩나물을 팔기 시작한 걸 보고 냉큼 두 봉지씩 사왔다. 이 두 가지 채소 덕분에 참 믿을 수 없게도 주말 내내 크게 행복했다. 콩나물 무침을 했고, 콩나물국을 끓였고, 남은 한 봉지로는 콩나물밥을 해서 양념간장 넣고 비벼 먹었다. 깻잎은 데쳐서 오로지 쌈장만으로 쌈 싸먹었을 뿐인데 집안에 퍼지는 향기가 참 눈물까지 나게 반가웠다. 막바지 일과 이사준비와 여러가지 서류 스트레스로 하루하루 에너지 소진 중이었는데 뜨끈한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고 푹 잤더니 금방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어쩌면 바로 그 고향의 힘 내지는 밥심. 2021. 12. 21. 공격적인 분들은 이 곳으로 기차 안에서 읽은 기사였는데 스위스 감옥에서는 분홍색이 대유행이라 한다. 처음 도입된 지는 꽤 되었나본데 이 곳의 대대적 성공으로 이제 전국적인 핑크감옥 바람이 불고 있는 모양. 이유는- 짐작 가듯이- 재소자들의 공격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가장 저렴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 함. 15분 후에 이미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최장 수용시간은 2시간이라고 한다. 음, 그려...24시간 동안 저런 데 있으면 오히려 공격성 레벨업 몬스터화가 일어날 지도.. 2021. 12. 21.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1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