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723 내년에는 비록 읽고 있는 건 다르긴 해도 요며칠 딱 저 모양새로 지내고 있다. 평소 미뤄뒀던 일을 하고 싶지만 또 한편으론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 연휴엔 언제나 그 두 가지 욕구가 상충하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이런 황금연휴는 좀처럼 흔치 않다. 그래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고자 심혈을 기울여 미리 짜 두었던 계획표를 하루하루 지킨 후 지워나가고 있다. 그렇게 어느덧 연휴의 절반이 지났고, 아직 엿새가 남아있기도 하다. 내년에는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같은 계획은 일찌감치 제외하도록 하자. (한숨 -,.-) 직업적인 발전은- 이제 막 이직했으니 적어도 2-3년간은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정신 없을테지. 회사일만 성실하게 한다면 반자동 달성되는 셈이니 이것도 목표에서 제외. 그럼 뭐가 남나. 아 그.. 2021. 12. 21. 사흘만 더 外 사흘만 더 일하면 12일간의 금쪽같은 크리스마스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몇 밤 더 자야 나도 학교 들어가냐고 묻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그땐 학교가 무지 좋아보였나 보다;;) 왜 하루가 이리도 더디게 가는지 사흘은 커녕 세 시간도 좀이 쑤실 지경. 연말 특유의 텅 빈 느낌, 삶의 회의- 그런 게 여전히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 금년엔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어요 산타할아버지.. 아끼고 아껴두었던 휴가가 이사와 서류업무로 다 탕진된 게 아직도 아쉽지만...그래도 크리스마스 휴가가 남아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자 자 흥분하지 말자고. 연휴동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는 하늘을 찌르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두자. 연휴 마지막 날, 무슨 일이 있어도 "아, 또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버렸어." 라고 한숨 쉬지.. 2021. 12. 21. 십수 년만의 도시락 점심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기로 했다. 하아...게으른 내가...도시락...도시락이라니... OTL 도시락만은 어떻게든 면해보고자, 맘에 안 드는 구내식당에 적응하려 노력도 해보고 회사 밖 식당 발굴에도 나서봤지만 다른 동료들이 왜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는지 나날이 이해만 더 가면서 결국 나도 이 대열에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보니까 다들 굉장히 소박한 도시락을 부담 없이 가져오길래 나도 용기를 내어 진짜로 아무거나 싸가고 있다. 자식눔 도시락 같으면 창피해 할까봐 신경 좀 쓸 지 몰라도 그래 내 건데 뭐 어때. 쪼매난 전자렌지 용기에 감자퓨레, 소시지 몇 조각, 시금치, 버섯 몇 쪼가리 대강 주워 담고, 몇 년 전에 크리스한테서 선물 받았던 실크 보자기에 질끈 묶어서 고고. 같은 메뉴가 식당에선 2만원이나.. 2021. 12. 21. And you? 요즘도 이런 인사를 주고 받는 학교가 있는지 모르겠다. 무의미하고 기계적인 인사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리 나쁘진 않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특히 연말이면 하게 된다.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본다. "응, 잘 지내, 고마워. 너는?" 당연한 것 같은 그 '너는?' 을- 기계적이건 진심이건간에- 상대방에게 되물을 생각조차 않는 경우를 생각보다 얼마나 많이 보는가. 나는 인간관계에서 어떤 사람일까. 주변인들에게 영혼 없는 안부인사를 남발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해 주위에는 무심하기 그지 없는 사람에 더 가까울까. 내쪽에서 더이상 연락하지 않으면 몇 년이고 단 한번도 먼저 연락 하는 법이 없을 듯한 이들과 나와의 관계는 대체 뭘까. '당신과는 그다지 연락하고 지내고 싶지 않아.' 라고 .. 2021. 12. 21. 모를 수 밖에 없겠지만 外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들 중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는 걸 나이 마흔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삼심대 중반까지만 해도, '에이~...그래도 다 쓸모 있는 건 아니었어.' 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정말 초등학교부터 박사과정때까지 배웠던 모든 것들이 전부 귀중했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 중. 두부는 오래 끓이면 물러질까요 단단해질까요 하는 실과시간에서부터, 나중에 다시 하려면 고생한다고 지금 잘 해두라는 당부를 소 귀에 경 읽기처럼 듣던 해부생리학 시간도, 기타 등등- 대체 내 인생에 이런 걸 써먹을 일이 한 번은 올까 싶던- 기억조차 안 나는 그것들 모두 다가 귀한 배움이었던 것 같다. 모르는 게 당연하고 마음껏 질문하는 게 허락되던 그 시절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시간인지도 그때는 당연히 몰랐다. 졸업 후에는 뭔가를 배.. 2021. 12. 21. 이런저런 연말 이야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2. 21. 이전 1 ··· 67 68 69 70 71 72 73 ··· 1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