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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715

단순하게 단순하게 짧지 않은 주말이 과연 존재하긴 하는가 싶지만 이번 주말은 유난히 짧았다. 새 직장에서의 일주일이 나름대로 고단했던갑다. 학년이 바뀌어 새 담임쌤과 급우들을 만났을 때처럼, 마흔살이 되어도 나는 변화를 즐기지 못하는 그때의 국민학생 같다. 몇 분에 오는 트램을 타야 하고, 몇 시 교외열차가 가장 쾌적하고, 어느집에서 커피를 사야 줄을 길게 안 서고도 맛이 있는지, 회사 동료들은 어떤지, 앞으로 할 일은 대강 어떤 건지- 그런 간단한 것들을 익히는데 일주일이 훌쩍 가버렸다. 이제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으니 내일 출근길은 지난주처럼 생소하지는 않으려나, 그건 좀 안도가 되는 일요일 저녁. 이제 같은 도시에 살게 됐으니 차나 한잔 하자고 무라드와 언제 한번, 언제 한번, 하고 있는데 '언제 한번' 이란게 늘 그.. 2021. 12. 21.
때 빼고 광내기 묵은때를 벗고 처음의 반짝임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한결 기분전환이 되곤 한다. 일년에 두어번 정도 세척을 하는데 그때마다 나 자신의 사소한 습관, 습성도 다시금 발견한다. - 나름대로 다양하게 고른다고 당시에는 생각했어도 모아놓으면 참으로 비슷한 것들 투성이. 한결같은 취향이란. - 세척한다고 모두가 광채를 되찾는 건 아니다. 소위 몸값이 좀 나갔던 것들은 대개가 처음 모습 그대로 돌아온다. 본시 반짝이는 재질로 만들어진, 그래서 묵은때만 씻어주면 본래의 빛을 쉽게 회복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 광채외투를 찬란히 입고 있었지만 때와 함께 겉껍질까지 씻겨 나가면서 오히려 세척하지 않으니만 못하게 되는 것들도 있고. 비록 처음 겉모습은 다 비슷했을지라도, 정성스레 제작/polish되었던 물건인가 아닌가는 참으.. 2021. 12. 21.
좋은 곳으로 가거라 열 여덟살 우리집 노견이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 수명을 다 누렸고, 크게 아팠던 시간도 없었고, 마지막에도 편안해 보이는 모습으로 갔다 하지만 그래도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기차 안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늙음과 죽음, 이별은 아프고 두렵다. 나이를 마흔 씩이나 먹으면 한결 의연해지는 건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나약하기만 한 나 자신도 두렵다. 고작 이런 사람이지만 나와 우리가족과 함께 한 18년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었기를. 그리고 더 많이 좋은 곳으로 갔기를... 2021. 12. 21.
남한산성 누룽지 닭백숙 최근에 알게된 다담 된장찌개 양념에 빠져서 한동안 주구장창 된장찌개만 끓여 먹다가 닭백숙 재료 세트를 발견하고 또 가만 있을 수 있나. 이런건 즉각 시식을 해봐야 한다. 내 식생활에 빛이 되어줄 지 아닐 지. 샘표 남한산성 누룽지 닭백숙 재료: 육수용 티백과 누룽지가 한봉지 들어있다. 그리고...그게 땡. 삼계탕과 그 속에 들어있는 찹쌀밥을 먹으면 몸이 막 보양되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하는데 과연 이 누룽지 닭백숙이 그 비슷한 기분을 내줄 수 있을까 함 해먹어보기로 한다. 우리엄마였다면 화학조미료 듬뿍 들어간 인공적인 맛이라고 (먹어보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겠지만 어무니도 타향살이 13년이면 맴이 바뀌실 걸. 조미료의 맛 또한 한국의 맛일지니...용서가 되실 것이옵니다. 티백 속 재료는 이러저러.. 2021. 12. 21.
이사 후 일주일째 이사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비로소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매일 뭔가 손 볼 것들이 나타나서 아직도 몇 가지 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강은 끝난 것 같다. 여기서는 사람의 손을 거치는 서비스를 구하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돈 낸다고 다 되는 게 아님) 별 것 아닌 일에도 노력이 곱절로 들고 비용은 비용대로 만만치 않다. 아무튼.. 집이란 사람이 살기 시작하는 즉시 어수선해지기 마련이므로 깨끗할 때 얼른 기념사진 좀 찍고. 현관문 열면 바로 보이는 벽걸이 촛대와 포도덩굴. 덩굴도 초도 가짜(LED). 자세히 보면 화분 뒤에 리모콘이 있다. 전체면적에 비해 전실(前室)이 상당히 넓은 구조인데, 실생활에 활용하기는 어렵고 비워두기는 허전한 애매한 공간이다. 사실 덩굴 뿐만 아니라 집안에 있.. 2021. 12. 21.
Basel로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송별회까지 모두 마쳤다. 하.. 그 어느때보다도 기나긴 일주일이었다. 시간 없어서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던 이삿짐 싸기를 마침내 마무리할 수 있겠다. 그래도 오늘 저녁만은 그냥 좀 쉬자.. 다음주 월/화요일에 새 가구들을 모두 받고, 수요일에 이사를 하고, 새집 정리를 다음주내로 모두 해치운다는 계획이었는데 장롱과 서랍장이 예정보다 2주나 늦게 도착하겠다는 연락이 오늘 왔다. 그동안 뭐한걸까 IKEA...한달도 더 전에 주문했구만. 장롱과 서랍장이 안 온다는 것은 옷방정리를 전혀 시작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집정리 일찌감치 끝내고 좀 쉬어보려던 나의 계획을 이렇게 망칠 수 있나! 문디 IKEA! ㅠ,.ㅠ 새집 열쇠를 넘겨받아 비로소 구석구석 자세히 둘러봤는데...음...작은집인데도 뭔.. 2021. 12. 21.